가끔 필리핀 운전기사가 집으로 여자 친구를 데려 옵니다.
여자 친구 집이 멀어 한 번 내려오면 당일에 돌아 갈수도 없거니와
시내에서 재우려면 가욋돈이 드는지라 집으로 데려 오는 겁니다.
물론 내 허락을 받은 일입니다.
이렇게 번번히 여친을 데려와 재우기가 미안했는지
하루는 내게 넌지시 제안?을 합니다.
여친에게 예쁜 동생이 있는데 소개해 줄거냐구요^^
한국 속담에 열 여자 마다할 사내가 있느냐는 걸 모르는지-
나 역시 농반 진담반으로 대답했습니다.
-정말 예쁘면 소개하라고 말입니다.
그 중요한 대화?를 까맣게 있고 지내던 중
마침 출장을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 오는 길에 피노이 기사가 말합니다.
근처에 여친이 살고 있는데 태우고 내려가면 안되겠냐고 말입니다.
말끝에 여친 동생도 나오라고 했다며 의미심장하게 웃습니다.
나야 당연히 오케이-. 저녁도 사겠다고 했습니다.
발렌시아 버스터미널로 가니 자매가 우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기사 여친이야 몇 번 봐서 낯이 익은지라 그 옆에 있는 아가씨에게
눈길이 갔습니다.
키도 크고 눈망울도 시원시원한게- 딱 내 스타일이었습니다.
어라- 피노이 기사가 내 취향을 알아 챘나보네.
속으로 생각하며 ‘마욘 하폰’하고 인사를 건넸습니다.
역시 자매는 맘 먹고 나온 듯이 반갑게 웃습니다.
피자 햄버거도 좋고 이나샬 닭고기도 좋고-
뭐든 먹고 싶은 것을 말하라고 했더니 피노이 답게 닭고기를 선택합니다.
기사 여친 동생과 식당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나이를 물었더니 스무살이랍니다.
우리 나이로 따지면 21세가 되는 셈입니다.
이 어린 여자를 내게 소개해 주겠다고???
순간 별 생각이 다 듭니다.
만약 내가 이 아가씨와 교제하면 내 밑에서 일하는 피노이 기사는
하루아침에 손윗동서가 되는 셈이고
가령 애라도 갖게 되면 올해 서른살인 내 아들은 30살 어린 삼촌을 두게 되고
내 아우들은 딸 같은 형수를 갖게 된다는-
순간 고개가 가로 저어 집니다.
-냅 둬라. 아무리 열 여자 마다하지 않는게 사내고
영계 좋아하는 남정네들이 많다지만 이건 아니지.
지금도 그 생각을 하면 입가에 웃음이 묻어 납니다.
필리핀을 오가며 생활한지 10년이 넘지만 아직 여자 손목 한 번
잡아 보지 못한 내 주제에 언감생심 스무살짜리를 넘봐.
이런 상상을 일러 주책이라 해야겠지요 ㅋ
그런데 아니다 싶으면서도 속으로는 뭔가 아쉬운 기분이 드는 건 또 뭔지.
역시 내 안에 들어 있는 도둑놈 심뽀는 여전한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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