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발렌시아에 있는 피노이 고아원을 방문했습니다.
근처에 간 김에 고아원이 생각나 일정에 끼워 넣었는데-
모처럼 만난 아이들이 얼마나 기뻐하는지 민망해 혼났습니다.
-크리스마스도 아닌데???
아이들이 똑 같이 이 말을 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여러 해 크리스마스 이브 때 이 고아원을 찾았습니다.
쌀과 부식, 아이들 간식과 학용품에 용돈까지 들고서 말입니다.
그리곤 이듬 해 크리스마스까지 전까지는 발길을 잇지 못했습니다.
그러니까 이번 갑작스런 방문에 기쁨 보다는
-크리스마스도 아닌데
라는 말이 나온 것 같습니다.
크리스마스 때나 찾아 오는 손님이었던 셈입니다.
내가 산타도 아니고-
그 잘난 몇 가지 선물을 가지고 크리스마스 때만 찾았으니
은근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워낙 거리도 멀고 게을러 터진 성격까지-
그래선지 어디 방문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
고아원도 1년에 한 번 찾는 것이 전부 였었는데
그게 이번에서야 잘못된 것 임을 깨닫게 됐습니다.
고아원 아이들에게는 선물보다도 정이 더 값진 것일텐데-
그것도 모른채 선물 몇 꾸러미 갖다 주는 것으로 생색을 낸 듯해
아이들 앞에서 정말 미안했습니다.
-다음에 또 올께.
그 말이 곧 크리스마스 이브에 보자는 소리로 들릴 것 같아
뒷목이 땡기는 느낌이 들었으니까 말입니다.
이 아이들한테 참 좋은 ‘미스터 킴’이 됐으면 하는데-
그게 쉽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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