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퇴근해 집에 돌아 오자마자
운전기사가 머쓱한 표정으로 말합니다.
-보스. 발렌시아에서 여자 친구가 왔는데
집에 데리고 와서 자도 될까요.
이미 지네들끼리는 다 결정된 일 같아서
-그렇게 하라고 일렀습니다.
사무실 기사인 다니 동생인데-
40이 넘도록 장가도 못가고 택시 기사도 그만둬
우리 사무실에서 일하도록 한 친구입니다.
잠잘 집도 없어 우리 집 헬퍼방을 쓰고 있습니다.
내 대답이 끝나기가 무섭게 제 오토바이를 끌고
여자친구 마중나가는 우리 기사^^
시내구경하다 들어오면 늦을 것 같아 별신경 안 쓰고 쉬다
아침에서야 얼굴을 보게 됐습니다.
-자기 여자 친구라고 소개하는 여자는 이제 스물다섯.
묻지도 않았는데 제 친구 동생이 진짜 예쁘다며 내게 소개해 주겠답니다.
스물한살짜리를-
이게 미쳤나. 내 나이가 시방 얼만데-
그러면서도 은근 기대가 돼 ‘언제 데리고 올건데-’ 했으니
역시 늙은 말이 삶은 콩을 좋아 한다는 소리 듣는 것 같습니다 ㅋㅋ
아침을 먹긴 해야 하는데 손님?까지 있으니-
필리핀 아우집서 처음으로 김치찌개도 끓여 보고 밥도 해 봤습니다.
김에 밑반찬 몇 개놓고 식사를 하는데-
얘네들이 한국 음식이 처음인지라 잘 먹질 못하는 겁니다.
밥 다 먹을 때 쯤에서야 김 맛을 아는 것 같고
김치찌개 역시 할랑할랑 하면서 한 그릇 비웁니다.
누가 주인이고 누가 직원인지 원-
암튼 오늘 아침은 별 희안한 경험을 다 했습니다.
필리핀에 살다보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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