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외출을 하다 사거리를 빠져 나가는데
좌회전하던 트라이시클이 내 차 꽁무니를 박아 버렸습니다.
아직 임시 번호판도 떼지 못한 새 차인데-
긁히는 소리를 듣곤 바로 차를 세워 상태를 봤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뒷바퀴 위 차체가 크게 긁히고 찌그러졌습니다.
뭐가 그리 급했던지 직진하는 내 차 뒤를 따라 급히 좌회전하다 사고를 낸 겁니다.
사고 날 상황이 아니었는데-
멀쩡한 차를 긁어 놓고 찌그려뜨려 놨으니 나도 모르게 소리가 커집니다.
-이 빙신아 눈은 어따두고 박아 버리냐. 이 차 어쩔거여.
그러잖아도 잔뜩 기가 죽어 있던 트라이시클 기사.
암 소리도 못하고 눈만 꿈벅거립니다.
-내려와서 내 차 옆구리 좀 보라니까.
그리구 내 차 번호판도 안 나온 새 차야
어느새 주변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 듭니다.
아침부터 좋은 구경거리가 생겼지 싶었나 봅니다,
더군다나 외국인 차를 박은 트라이시클이니
그 결과가 궁금하기도 할 것 같고 말입니다.
사실 차가 크게 상했다고 해도 트라이시클 기사한테 보상 받을 길은 신통찮습니다.
물론 내가 트라이시클을 받았다면 상황은 180도 달라지지만 말입니다.
소리를 지르고 삿대질을 하다 보니 갑자기 내 얼굴이 뜨거워 짐을 느꼈습니다.
그동안 나름 못사는 피노이들에게 쌀도 사다주고 옷가지도 가져다 주며
돈 많이 벌면 진짜 열심히 도와 주겠다고 기도했던 난데-
아무리 새 차라고 하지만 좀 긁히고 찌그러 뜨렸다고 이렇게
소리 질러 댄다면야 나야 말로 위선자지 싶은 생각이 든 겁니다.
순간 됐다 됐어- 하면서 그냥 가라고 이른 다음 나도 현장을 떴습니다.
언행일치도 안되고
진정으로 도와주지도 못하고
순간 흥분도 참지 못하고-
아무래도 난 필리핀 생활 헛지랄하고 있지 싶어집니다.
덕분에 새 결심이 생겼습니다. 내 마음부터 고치고 다음에 차를 수리하자고-
근디 멀었습니다. 찌그러진 차를 볼 때 마다 성질이 앞서니 zz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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