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쉬는 날-
드릴링(관정) 팀 모두가 쉬기 때문에 나 역시 발렌시아 시내를 벗어나
다바오쪽으로 드라이브를 나갔습니다.
‘노느니 염불한다’는 우스개 소리 처럼
그냥 호텔서 죽치고 있는 것 보다는 바깥바람이라도 쐬는 게 낫지 싶어섭니다.
다바오 가는 길, 그러니까 본격적인 산 능선 길로 들어서기 전에
마지막 도시랄수 있는 곳이 바로 ‘퀘존’입니다.
내가 살던 메트로 마닐라에 있는 퀘존과 이름이 같아 정이 가는 소읍입니다.
이곳까지 갔다가 공사 때문에 길이 막혀 차를 돌려 다시 발렌시아로 나오는 중에
철교(기찻길이 아니라 철로 다리를 조립?한)가 놓인 계곡에 차를 멈추고
사진 몇 장 찍다 보니 능선쪽으로 길이 있었습니다.
길 따라 가니 계곡이 깊고 아름다웠습니다.
더군다나 지하 강도 있고 동굴과 수십 길의 낭떨어지-
정말 중국 명산이 부럽지 않을 만큼의 풍광을 자랑했습니다.
이 길 옆에 있던 작은 오두막집.
그곳에 있던 열두살과 열네살 자매의 도움으로 이곳을 찾게 됐는데
아이들이 얼마나 해맑던지-
그 집 구경을 하고 거기서 내가 갖고 있던 한국 라면까지 끓여 먹고 왔습니다.
아이들한테 라면맛을 보여 주느라 나뭇가지로 불을 피우고
그 열기에 온 몸이 땀투성이가 됐지만 재미가 새록했습니다.
그런데 내가 끓인 라면을 몇 가닥 먹더니 더 이상 먹으려 들지 안는 겁니다.
‘할랑할랑’이 그 이유였습니다.
매워서 못 먹겠다는 겁니다.
차안에 있던 과자와 빵, 내 밑반찬까지 다 꺼내 주고
발렌시아로 돌아 오는 길이 내겐 모처럼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같이 찍은 사진이 수십장이었는데-
그만 컴퓨터로 옮기는 과정에서 다 날려 버렸습니다.
아 아까워라-
지금도 열여덜 소리가 나올려고 합니다만
오히려 마음속으로 간직한 그림?이 더 가치가 있겠거니 하면서
스스로 위안을 삼고 있습니다.
순수함이 살아 있는 피노이 아이들-
그들의 맑은 영혼이 이 나라의 큰 힘이 될겁니다.
'필리핀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삔야 맛이 이런거 였어- (0) | 2016.05.26 |
---|---|
필리핀서 아프면 안되는 이유 (0) | 2016.05.23 |
‘댕기열’에서 ‘지카’까지- (0) | 2016.04.28 |
필리핀 로컬병원에 갔더니- (0) | 2016.04.08 |
심각한 가뭄에 농민 데모까지 (0) | 2016.04.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