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엄니 앞으로 독감 예방접종 안내문이 왔습니다.
예산군 보건소장이 보낸 것이었습니다.
엄니 생전시라면 이 안내장을 받자마자 바로 달려가 접종을 받고
내게도 ‘어여 가서 한 방 맞으라’며 성화셨을 텐데-
이젠 그런 잔소리 해주는 엄니가 안계십니다.
우편 발송된 독감 예방 안내문을 뜯어 보는 순간
얼마나 가슴이 뛰던지-
자칫 엄니 계시던 안방을 향해
-엄니 얼렁 주사 맞고 오세요
라고 소리 지를 뻔 했습니다.
엄니 돌아 가신지도 벌써 20일이 됐지만 아직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엄니 지내시던 안방도 그대로고
부엌 살림도 그대로 여서 더 그런가 봅니다.
혼자 집안에 있다보면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는 엄니 모습이 보일 것만 같습니다.
-밥은 챙겨 먹었쟈. 내 금세 온다는게 자꾸 한 술 뜨고 가래서
몇 수저 먹고 오느라고 좀 늦었지.
다 늙어 가는 아들을 위해 돌아 가시기 전까지도
손수 식사를 챙겨 주시던 울 엄니.
그래야 마음이 편하다며 설거지도 못하게 하시던 엄니가 안 보이니
이젠 고아가 된 느낌입니다.
이런 못난 아들을 두고 어찌 눈을 감으셨을까.
올해는 엄니 대신, 아니 엄니가 그렇게 당부하시던
독감주사를 맞아야할 것 같습니다.
-니도 이젠 옛날 같잖은께 예방주사 챙겨 맞아야 한다니까.
생전이시라면 분명 이 말씀을 하셨을 테니까 말입니다.
더 이상 예방주사 맞을 일 없는 울 엄니.
이 사실이 이렇게 가슴을 메이게 할 줄은 또 몰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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