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산서 알밤 주어와
아궁이 불에 구어 먹던 날
엄니가 말했다
가을엔
먼 사촌 집 찾아 가는 것 보다
뒷산에 가야 먹을 게 많다고-
밤 뿐이랴
재수 좋으면 으름에 머루 다래 개암까지
맛 볼 수 있는 곳이 뒷산이니
사촌 집이 이보다 나으랴
요즘은 산 길 오름 초입 감나무에
홍시가 주렁하다
장대 하나 들고 가면
추색(秋色)보다 더 고운 홍시를
아랫배 나오도록 맛 볼 수 있다
도시에 살 땐
주적주적 가을 비가 내리면
립스틱 짙게 바른 학다방 김마담이 생각 났지만
다시 촌놈이 된 요즘은 군고구마 냄새가 좋다
가을엔 먼 사촌집 가는 것 보다
뒷산에 오르는 것이 좋다는 울 엄니 말이
정말 실감난다
가을이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