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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최근에 쓴 시)

가을 이라서

by 고향사람 2015. 10. 14.

 

뒷산서 알밤 주어와

아궁이 불에 구어 먹던 날

엄니가 말했다

 

가을엔

먼 사촌 집 찾아 가는 것 보다

뒷산에 가야 먹을 게 많다고-

 

밤 뿐이랴

재수 좋으면 으름에 머루 다래 개암까지

맛 볼 수 있는 곳이 뒷산이니

사촌 집이 이보다 나으랴

 

요즘은 산 길 오름 초입 감나무에

홍시가 주렁하다

장대 하나 들고 가면

추색(秋色)보다 더 고운 홍시를

아랫배 나오도록 맛 볼 수 있다

 

도시에 살 땐

주적주적 가을 비가 내리면

립스틱 짙게 바른 학다방 김마담이 생각 났지만

다시 촌놈이 된 요즘은 군고구마 냄새가 좋다

 

가을엔 먼 사촌집 가는 것 보다

뒷산에 오르는 것이 좋다는 울 엄니 말이

정말 실감난다

 

가을이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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