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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여행이야기

설악산 공룡능선을 넘다 (2회)

by 고향사람 2014. 6. 10.

- 1회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그래도 진땀이 됐든 생땀이 됐든 많은 운동량을 소화한 까닭인지

뱃속이 좀 편해 지는 가 싶더니 조금씩 배도 고파지기 시작했습니다.

 

앞으로의 일정을 위해 준비해간 사과 한쪽과 김밥 서너개를 먹었습니다.

아침 식사로 말입니다.

이 때가 10쯤 이었습니다.

집에 있었으면 아침은 물론 간식과 커피를 즐길 시간입니다.

에너지 고갈 상태로 산행을 하다보니 일행보다 자꾸 뒤 쳐졌습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김밥 몇 조각 먹고 과일 좀 먹었더니

생기가 돌아 온 것입니다.

일찌감치 포기했던 공룡능선에 대한 욕심이 스멀스멀 피어 오릅니다.

소청봉을 거쳐 회운각 대피소에 오니 몸은 더 좋아졌고

공룡능선 갈림길 앞에서는 욕심?도 발동이 되었습니다.

이 때 창원쪽에서 왔다는 50대 후반쯤 돼 보이는 등산객이

이왕 여기까지 왔으니 내친김에 공룡능선을 타자는 꼬임에-

그만 나도 모르게 그 길로 들어 서 버렸습니다.

남의 말 잘 듣는 버릇은 산에서도 별반 달라지지 않았으니까 말입니다^^

 

 

 

무너미 고개에서 마등령까지 가는 공룡능선은

말 그대로 죽음의 길이었습니다.

마등령을 한자로 어떻게 쓰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는 알 것 같았습니다.

틀림없이 마귀를 일컫는 마(鬼)자에 오를등(登)자를 쓰지 싶어졌기 때문입니다.

마귀 등에 오르는 산행-

생각만 해도 끔직한데 실제는 더 끔찍했습니다.

 

그러잖아도 산행 때면 ‘악악’ 소리가 절로 나는게 설악인데

공룡능선에 마등령 코스인지라 지옥 가는 길로 들어 선거 아닌가 싶을 때가

종종 있었으니 말입니다.

더군다나 안개가 자욱한 코스로 들어 설 때는 앞 서가는 아줌마 등산객 엉덩이도

유심히 쳐다보게 됩니다.

혹시 꼬리?가 달리지 않았나 싶어섭니다.

꼬리 아홉 개 달린 백년묵은 여우가 금방 튀어 나올 분위기 였으니까 말입니다.

 

 

 

 

그나저나 문제는 시간이었습니다.

산악회 차량은 오후 4시 정각에 서울로 출발한다고 했는데-

아무래도 시간 안에 약속장소까지 가기는 무리일것 같았습니다.

당초 예상했던 대로 늦으면 일반 버스로 올라가거나 비박이라도 하지-

라는 마음을 먹으니 오히려 마음은 홀가분해졌지만 반면 걸리는 것도 많았습니다.

-아부지 연세를 생각하셔야지요. 산행 후 또 편찮을 것같으면 지금이라도 포기하세요.

위로인지 비난인지 모를 아들 녀석의 묘한 말이 생각났고

설악산 최고봉인 대청봉만 올라도 한국서 3번째 높은 봉을 정복한 셈이니

그걸로 만족하라는 일부 지인들의 충고도 떠올랐습니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이젠 오기와 악만 남게 됐습니다.

-그려 해 보자 끝까지

다행이 컨디션도 돌아 왔고 더불어 발걸음도 빨라졌습니다.

조금만 욕심을 부리면 설악동에 머무는 버스를 탈수도 있겠다 싶어

내 스스로가 나를 재촉하는데-

비선대가 가까울 수록 다리 떨림이 심해졌습니다.

무릎이 아파 돌계단을 바르게 내려 올 수가 없었습니다.

생각다 못해 몸을 뒤로 돌아 뒷걸음질을 치니 한결 나았습니다. 

 

 

 

 

 

 

 

 

 

 

- 3회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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