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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여행&출장 사진

구속이 싫어 신화처럼 사는 사람들 (인도 여행기 - 2)

by 고향사람 2014. 5. 12.

 

갈 곳도 볼 것도 많은 땅

 

갈 곳도 볼거리도 많은 인도지만 여행의 주제는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대개는 신(神)의 행적을 되짚어 보는 것으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처님의 8대 성지가 이 땅에 존재하고

인도인들의 생활 자체가 신앙을 떠나서는 살 수 없는 까닭이기도 합니다.

한마디로 신(神)이 없으면 나라도 없다는 식입니다.

 

더군다나 구속을 싫어하는 이들의 삶은 그 자체가 신화(神話)이기도 합니다.

인도의 관문은 이 나라의 수도인 뉴델리를 손꼽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올드 델리와 뉴 델리로 나눠져 있는 이 도시는

과거와 현대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을 만큼 극명하게 대조를 이룹니다.

뉴델리는 영국인 손에 의해 20세기 초 계획적으로 건설된 도시입니다.

 

또 올드델리는 계획없이 무분별하게 확장된 도시인 만큼

토속적이고 전통적인 모습이 그대로 보전돼 여행객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 됩니다.

그러나 인도 여행의 백미는 16-17세기 무굴제국의 수도로 영화를 누린 도시

아그라를 둘러 보는 것입니다.

세계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 중 하나로 손꼽히는 타지마할도 이곳에 있습니다.

무굴제국의 ‘샤 자한’ 황제가 애첩인 몸타즈 마할의 죽음을 애도하며 지은

타지마할은 2만명의 석공들이 22년간에 걸쳐 지은 대리석 영묘입니다.

 

가로 3백미터, 세로 5백80미터의 부지에 붉은 돌로 정문을 만들고

그 안에 높이 65미터 한 변이 95미터인 좌우대칭의 돔과

영묘 사방에 세워 놓은 39미터 높이의 첨탑은 보는 이들을 감탄하게 합니다.

이 건물 돔 밑에 황제와 황후의 관이 안치돼 있는데

수많은 보석으로 장식된 모습이 당시의 부귀영화를 짐작케 합니다.

 

정교한 대칭형 구조와 하얀 대리석으로 조성된 타지마할은

보름달이 뜨면 가장 환상적인 모습이 된다고 합니다.

이 모습을 지켜보기 위해 보름밤이면 많은 이들이 몰려 들고

더불어 이 광경을 지켜 본 여행객들은 평생동안 이 모습을 잊지 못하게 된다고 합니다.

 

또 인도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여행 코스가 부처님의 탄생 출가 득도 열반지입니다.

인도를 여행하는 한국인 관광객중 상당수가 부처님 성지를 참배하는 불자들이 차지할 정도로 이 코스는 인기가 있습니다.

부처님 탄생지는 네팔 룸비니 동산에 위치하고 있지만

나머지 성지는 인도에 있습니다.

 

성도지인 부다가야, 최초설법 장소인 샤르나트, 열반지 쿠시나가르 등이

인도 북쪽 지역에 모두 있습니다.

여기에다 기원정사 죽림정사 바이샬리 등도

불자라면 꼭 들러 참배하고픈 곳입니다.

 

굳이 여행자 입장에서 권하고 싶은 여행지를 손꼽는다면

바라나시를 둘러보라는 것입니다.

갠지스강 중류 다시 말하면 델리와 캘커타 중간에 위치한 이 도시는

한 번 둘러보는 것 만으로도 인생을 조망해 보는 계기가 되기에 충분합니다.

이른 새벽, 아니면 밤에 이곳을 지키다 동이 트는 것을 신호로

강물에 뛰어 들어 목욕하고 주문을 외우는가 하면

강변에서는 시신을 화장하는 연기가 하늘을 덮는 모습이 매일 되풀이 되고 있는

땅이 바라나시이기 때문입니다.

 

화장터에서 일꾼들이 한 눈을 파는 사이 들개가 시신을 물고 도망치는 가 하면

한편에서는 태우다 만 시신을 그대로 물속에 버리기도 합니다.

이같은 난장속에 강물에는 시신이 둥둥 떠다니고 그 시체를 뜯기 위해

물고기들이 몰려 듭니다.

 

그래도 개의치 않는 것은 힌두교인들은 이곳에서 죽어 화장을 하면

내세에 높은 계급(카스트)으로 태어난다고 믿는 까닭에

갠지스 강변은 이들로 늘 인산인해를 이룹니다.

그런가하면 이들의 모습을 보기 위해 세계 각국에서는 사람들이 몰려들고-

덕분에 인도는 여전히 신비의 땅으로,

혹은 알 수 없는 세상으로 인식이 굳어졌는지도 모릅니다.

 

대통령궁 앞에서 어슬렁거리는 소, 쓰레기통을 뒤져 먹거리를 찾는 염소와 돼지.

도로를 횡단하는 거위, 그 사이사이를 곡예하듯 달리는 차량들.

어찌보면 원시적 공동체 생활을-

현실적으로는 지극히 비위생적-비생산적 모습들이 즐비해

여행자들은 쉽게 질리기도 합니다.

특히 화장실 문화가 열악해 길거리나 숲 아무데서 변을 보는

인도인들의 풍습을 볼 때, 그 뒷처리에 의구심을 갖지 않을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그러나 아이러니 하게도 우리는 여기서 공존의 법칙을 발견하게 되고,

그들의 삶을 이해하게 됩니다.

 

다시 말하면 사람들이 아무렇게 싸 놓은 똥을 들개가 먹어 치우고,

소 똥은 사람들이 주어와 말려서 연료로 사용하며 각종 생활 쓰레기는

소와 염소 돼지가 먹어 치우니- 도시의 기능이 마비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결국 짐승들과 인간의 조화가 삶의 질을 높여 주고 있는 셈이 됩니다.

따라서 인도를 여행할 대 사물을 따로따로 분류해서 생각하는

이원적 사고나 편견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다만 개체보다 전체를, 나보다 우주를 먼저 생각하는 이들의 삶 속에서

공존의 의미를 배우는 것으로 여행의 길라잡이를 삼으면 현명하다는 것입니다.

 

이들의 공존법칙이 원초적인 신심(信心)에서 비롯된 것임을

조금이라도 느끼게 될 때 우리는 인도를 더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게 됩니다.

주마간산(走馬看山)격으로 돌아 본 인도 땅.

그곳으로 다시 달려가고픈 것은 우리속에 신을 찾는 마음이 있는 것과

똑 같지 않을런지- 지금도 이 생각은 변함이 없습니다^^

 

 

-이 글은 1997년 한일생명 사보인 ‘호반의 여유’에 게재됐던 것임을 밝혀둡니다.

따라서 당시와 현재의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염두해 두기를 당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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