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1997년 첫 인도 여행 후 그 감동을 한일생명 사보인
‘호반의 여유’에 게재했던 것임을 밝혀둡니다.
따라서 당시와 현재의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염두해 두기를 당부합니다^^
인도를 여행하기 위해서는 우선 먹고 입는 것,
그리고 사상으로부터 자유로와야 합니다.
왜냐하면 인도에서는 삶과 죽음이 둘이 아니고(불이 不二)
희노애락(喜怒哀樂)이 하나로 매듭지어지기 때문입니다.
바로 중도(中道)와 동체대비를 설한 부처임의 가르침과
타 종교는 물로 우마(牛馬)까지 신으로 모시는 막힘없는 힌두사상 속에서
우리는 그 연결 고리를 쉽게 찾아 볼 수가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적나라하게 드러 내놓은 자이나교의 성(性)표현은
우리가 ‘예술과 외설’이란 잣대로만 구분하던 그간의 성 문화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게 합니다.
또 동트는 때에 맞춰 시신을 화장하고 그 뼈 가루를 갠지스 강물에 뿌리며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모습이나 소와 개 등과 함께 도시를 공유하는
원초적인 삶 속에서는 ‘자리(自利)’만 추구해 왔던 그간의 삶이 얼마나 초라한지를 깨닫게 됩니다.
삶의 시작도 그 끝도 없을뿐더러 곳곳에서 정지된 시간을 느낄 수 있는 곳.
그 땅에서 우리는 부처님도 만나고 별난 중생들도 보게 됩니다.
국토 총 면적이 한반도의 15배에 달하고 인구도 13억명이 넘는-
그런 나라에 힌두교 자이나교를 비롯 수 백개의 종교가 공존하고 있는 곳이 바로 인도입니다.
핵(核) 보유국이자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선진국형 발전상을 보이면서도
한편에서는 맨발 방뇨 구걸 문화가 넘쳐 나고,
여기에다 거리에는 소가 뒹글고 그 분비물을 주어다 땔감을 장만하는
인도인을 떠 올리다 보면 혼란스럽기조차 하지만 더러는 이런 겉 모양으로
이 땅을 다 아는 것 처럼 말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좀 더 자세히 그곳을 들여다 보면
기존의 사고가 많이 왜곡돼 있음을 실감하게 됩니다.
유유자적한 그들의 삶속에 배어 있는 투박한 신심과 때묻지 않은 양심이
오늘의 인도를 지탱하는 대들보임을 보게 되기 때문입니다.
성자(聖子) 간디와 시성(詩聖) 타고르의 나라
인도를 여행하다 보면 가장 먼저 느끼는 것이 무척 가난한 나라라는 것입니다.
벌떼 처럼 달려드는 구걸자나 잡상인,
아무데서나 뒹굴고 잇는 행려자들을 볼 때 마다 가난을 확인하게 됩니다.
이들을 대할 때면 이 땅이 세계 4대문명의 발상지요
위대했던 무굴제국의 후예들인가 하는 의구심을 떨쳐 버릴 수 없게 됩니다.
남의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 중에는 인도가 겪고 있는 오늘의 가난은
석가모니가 인류의 유산으로 남긴 불법(佛法)을 버리고
다신교인 힌두교를 숭앙하기 때문이라는 분석까지 내 놓지만-
불교인 외에는 크게 믿으려 들진 않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3백년이 넘는 영국 식민생활과 먹고 입는 것 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현실을 두고 불교의 업(業) 사상을 비유하는 데는 일리기 있다는 표정들입니다.
겉으로 드러나 보이는 인도의 모습은 번번이 우리의 상상을 혼란스럽게 합니다.
질서와 규율에 길들여진 현대인 일수록 더욱 그렇습니다.
인도의 대부(代父)로 일컬음 받고 있는 마하트마 간디와
세계적인 시인(詩人) 타고르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머리속이 어느 정도 정리됨을 느끼게됩니다.
여기에다 르네상의 아버지로 불린 람모한 로이, 카스트제도를 반대한
다야난다 시라스와티, 웅변가인 비애 카난다, 철학자 아우로빈도 고슈 등이
보이지 않는 인도의 힘이 돼 왔습니다.
인도의 또 다른 힘을 찾는다면 이번에는 그들의 신앙을 들 수밖에 없습니다.
한마디로 인도는 신화의 나라입니다.
우리민족이 곰과 호랑이의 신화로 시작되듯
이들은 양성(남녀)을 띤 ‘하리하리’ 라는 창조의 신이 있습니다.
이 신은 자신의 몸에서 나온 여성을 짝으로 삼아 모든 다른 신들과
인간 - 동물에서부터 심지어는 악마까지도 만들어 냅니다.
덕분에 이 나라에서는 다신주의가 만연하게 돼 동물숭배는 물론
나무 정령을 비롯 심지어는 남녀 성기까지 숭배할 만큼 신앙대상이 다양해졌습니다.
따라서 인도인들은 트럭이나 버스 정면에 자기가 숭배하는
신의 모습을 그려서 붙여 놓는 것을 생활화하고 있습니다.
자전거나 손수래에도 온갖 치장을 하는데 이는 화려할수록 신이 좋아한다는
주술에서 비롯된 것들입니다.
벌거벗은 성자(聖者)가 마스크를 쓰고 빗자루로 길을 쓸며 지나가기도 하고
하루종일 혹은 며칠씩 한 자리서 꿈쩍도 하지 않는 요가 행자도
이 나라에서는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중 하나입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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