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살아가는 이야기

쇠고기 였었다면-

by 고향사람 2014. 2. 3.

매월 3과 8이 들어 있는 날은

우리 고향에 5일장이 서는 날입니다.

13 18 23 28일 바로 장날입니다.

 

설 명절을 앞두고 선 어제 장날은 대목장이었습니다.

시골이지만 없는 것 빼고는 다 있을 만큼

많은 장꾼들이 모여들어 좁은 장터는 인산인해를 이뤘습니다.

 

울 엄니 역시 장을 보러 나가셨습니다.

동태 몇 마리에서부터 떡국 끓여 먹을 사골까지-

여기에 나물과 튀밥까지 해 오셨는데

두 번째 장에 갔다가 들어오실 때에는 손수레에 싣지 않은

낯선 검은 봉투까지 있었습니다.

 

-그건 뭐유???

내가 짐을 받으면서 여쭙자 엄니는 묘한 웃음을 지으면서

맞춰 보라는 겁니다.

가만 보니 정육점에서 나온 봉투 같아서

-쇠고기도 사셨유

했더니 말씀대신 봉지를 열어 보이는 겁니다.

 

정말 육고기 맞았습니다.

-엄니 그렇잖아도 내가 괴기가 먹고 싶어 몇 근 사올까 싶었는디

잘 됐네요 하면서 반색을 하자

엄니가 급히 봉지를 여미며 하시는 말씀이

이건 못 먹는 고기라는 겁니다.

 

명절을 앞두고 있는 만큼 다른 집에 선물할 건가 싶었는데

엄니가 말씀을 잇습니다.

-이건 돼지고기여.

우리 식구는 돼지고기를 먹지 않습니다.

그러면서도 다음 말을 하지 않아 내가 또 여쭸습니다.

 

-그런디 뭣허러 돼지고기를 사셨대유.

엄니 다시 웃으면서 하시는 말씀이 길에서 주었다는 겁니다.

장에서 오는데 길가에 검은 봉지가 떨어져 있어 차를 타고 가는 사람이

쓰레기를 버렸구나 싶어 주어 버리려고 하다 보니 고기가 보이더라는 겁니다.

앉은뱅이 저울에 달아 보니 돼지고기 두 근이었습니다.

 

-에이. 이왕이면 쇠고기나 닭고기를 주어 오시잖고^^ 그거 뭐한데요.

 

엄니는 주운 고기를 남 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차도에서 주운 고기

임자 찾아 돌려 줄 수도 없는 일이라며 은근히 난처해 하십니다.

설 때까지 고기 잃어 버렸다는 이가 나타나지 않으면

이웃집에라도 갖다주면 되겠지만 아쉽기는 합니다.

 

-쇠고기 였었다면 하고 말입니다^^

'살아가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입춘(立春)에-  (0) 2014.02.04
요즘 내 일상(日常)은-  (0) 2014.02.03
효자??? 아들 때문에-  (0) 2014.01.22
‘앓던 이 빠진 기분’이긴 하지만-  (0) 2014.01.16
'나의 두 번째 짝을 찾습니다'  (0) 2014.0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