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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아노’ 아줌마

by 고향사람 2013. 10. 6.

‘아노’ 아줌마-

뭔 말인지 감도 잡히지 않을 겁니다.

처음엔 나도 그랬으니까 말입니다.

 

금년 초 아우가 까가얀데오로의 새 공항 가는 길 옆에

5천평 규모의 땅을 매입했습니다.

이 때 땅 주인을 대신해 이곳을 관리하던 뚱뚱한 피노이 아줌마를 소개 받았는데

이 아줌마와 대화를 좀 하다보면 매번 말 서두에 ‘아노’를 붙이는 겁니다.

 

워낙 비사야만 쓰는 아줌마 인지라

‘아노- 아노-’ 해도 그것이 비사야 말인줄 알고 그러려니 했는데

그게 너무 심하다 싶어 하루는 일부러 물어 봤습니다.

 

-아줌니 아줌닌 왜 자꾸 아노 아노 하는디.

아노(あの)~ 라는게 일본 말 같은디 그려 안그려.

했더니 이 아줌니가 반색을 하면서 달려 듭니다.

일본을 잘 아냐구 하면서 말입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자기는 일본에서 5년 간 일한 경험이 있다는 겁니다.

그때 배운 게 바로 ‘아노 아노’ 인 셈입니다.

-아이구 이 여편네야. 5년만 더 있었으면 기모노 입고 난리 부루스겠다.

 

암튼 이날 이후 피노이 아줌니가 ‘아노- 아노-’ 해 댄 이유는 알게 됐습니다.

하지만 일본 갔다 온지가 언젠데- 아직도 아노 아노 해 대는지.

아마도 필리핀 촌 동네서 살다보니 그 나름대로 ‘가오’ 세우는 방법으로

아노 아노 하면서 일본 다녀온 폼을 잡는 것 같습니다.

덕분에 이날 이후부터 우린 이 아줌니를 '아노 아줌니'로 부르게 됐습니다.

 

근디 한가지 걱정인 것은

요즘 나를 보면 가끔씩 ‘아이 시테루’하고 느끼한 미소로 다가오는디-

이걸 어찌해야 할까여.

아이 시테루는 또 뭐냐구요.

일본 말로 ‘사랑합니더-’랍니다.

그러니 내가 걱정을 하는 거지요^^

 

(-아노 아줌니 사진은 필필 10월7일자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