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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여행이야기

제너럴 산토스 - 참치의 수도를 가다 (상)

by 고향사람 2013. 9. 9.

 

 

필리핀에서 참치 때문에 유명해진 도시가 두 군데 있습니다.

모두 민다나오 남쪽에 위치한 도시로 잠보앙가와 제너럴 산토스입니다.

 

이중 참치의 수도라는 별칭으로 통하는 제너럴 산토스는

인근 바다는 물론 먼 대양에서 잡은 참치들의 집산지로 유명합니다.

 

 

제너럴 산토스의 피쉬 포트 안에 있는 참치전문 어시장은

새벽 4시 문을 열기 전부터 인산인해 아니 인산참치?를 이루는데-

오전 내내 그 열기가 식을 줄 모릅니다.

참치 종류 만큼이나 외국인 바이어도 다국적입니다.

모두 참치를 눈으로 확인하고 맛을 보고 값을 흥정하기 위해

세계 곳곳에서 몰려든 참치 전문가들입니다.

 

피쉬 포토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정문에서 입장료(주차비) 10페소를 지불해야 하며

시장 안으로 갈 경우는 꼭 장화와 긴 우비바지를 빌려 입어야 합니다.

감염 방지와 청결 유지를 위한 방편이것 같습니다.

장화 한 켤레를 빌리는데는 입장료보다 비싼 20 페소를 지불해야 합니다.

 

어시장 안으로 들어가면 정말 볼거리가 그득합니다.

막 항구로 들어 온 배에서 참치를 하역하는 모습은 물론

이를 크기별로 분류하고 때로는 아가미와 내장등을 분해해

그릇에 담는 모습도 이색적입니다.

 

 

 

 

대형 참치를 어깨에 메어 나르는 이들과

신선도 검사를 위해 참치 등지느러미 옆에 쇠꼬챙이를 쑤셔 넣어

속 살코기를 확인하는 검시관들.

또 그들이 들고 다니는 연장도 여느 곳에서는 보기 힘든 장면들입니다,

그리고 얼음을 채워 급히 냉장차에 참치를 싣는 이들의 잰 발걸음 소리-

핏물 바닷물이 엉켜 흐르는 어시장 바닥만 보면

금세 참치 귀신이라도 튀어 나올 것 같은 분위기입니다.

삶의 현장 치고는 좀 살벌한 곳입니다.

 

신선도 유지를 위해 대형 참치 아가미를 들춰내 잘라 내고

내장을 꺼내 따로 보관하는가 하면

거친 지느러미와 꼬리를 잘라내는 이들의 날렵한 솜씨도

보는 이들에게는 연신 감탄사를 내게 합니다.

 

 

 

어두육미(魚頭肉尾)라고-

돼지 대가리만한 커다란 참치 대가리를 잘라내

그것을 분류하는 모습을 보면 징그럽다 못해 혐오스럽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이 낯선 이방인에게는 신선?한 장면으로 보입니다.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장면이기 때문에 더 그럴수도 있습니다.

 

다행인 것은 어시장 곳곳을 누비며 사진을 찍어도

누구하나 귀찮아하지 않는 다는 겁니다.

오히려 그 바쁜 와중에 자신의 모습을 담아 달라며

웃음을 보태는 이들을 보면 정감이 묻어 납니다.

고향 이웃 아저씨 같은 모습 말입니다.

 

이곳서 잡힌 참치는 거개가 수출이 됩니다.

특히 일본으로 많이 나가고 유럽과 미국까지 수출이 됩니다.

반면 한국에는 들여 놓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곳서 잡힌 참치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한국 스타일과

다르기 때문이라는 소문이 있지만 그 깊은 내용은 잘 모르겠습니다.

 

 

피쉬 포트 어시장은 도매시장이라서

개인이 횟감 몇 킬로그램을 사기는 쉽지가 않습니다.

하지만 이른 아침(오전 6시 전후)에는 일부 상인이

횟감(사시미)을 소매형식으로 판다고 합니다.

플랙카드까지 걸어 놓고 있는 것을 보면 그 말을 믿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전 9시경에 어시장에 간 우리 일행은 판매 장소만 확인했습니다.

 

일꾼중에서 우리 보고 한 마리 통째로 사라고 권하는데-

-그걸 사서 어떡하라구

하고는 돌아 섰습니다.

속으로는 내가 상어냐 그걸 한 마리 다 먹게 했지만 말입니다.

 

 

 

 

 

신선한 참치고기는 시내 퍼블릭 마켓인 마라나오(maranao)에서 샀습니다.

살코기 2.5킬로그램(1킬로그램에 200페소-5천원 정도)을 사와

호텔 주방장에게 부탁을 했더니 먹기 좋게 해 줬습니다.

물론 회를 치고 와사비와 간장 등을 준비해 주는 댓가로

200페소를 지불했습니다.

 

맛요???

맛있었습니다.

하지만 냉장이 되지 않았던 탓에 살이 좀 무른 것 같았고

초장이나 김, 한국산 소독약?인 쐬주가 없으니- 아쉬움은 컸습니다.

그래도 필리핀에서 신선한 참치회를 맘껏 먹을 수 있었다는 게 더 신선했습니다.

 

 

 

참 제너럴 산토스를 젠산이라고도 부른다는 건 알고 있는지요.

이유는 의외로 단순합니다.

이 나라에서는 사람은 물론 도시 명칭들도 스페인 점령 때 많이 지어진 탓에

이름들이 길죽길죽합니다.

제너널 산토스(General Santos)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글로 해도 6자, 영어로는 13자나 됩니다.

이렇게 긴 이름은 부르기도 외우기도 쓰기도 힘이 드니 잔꾀를 낸 겁니다.

 

‘제너럴’(General) 앞 글자중 젠(Gen)과 산토스(Santos)의 산(San)을 떼어내

단 두 글자로 만든 게 바로 젠산(Gen San)입니다.

이렇게 단축한 이름을 함께 사용하면서 ‘제너럴 산토스’나 ‘젠산’이

같은 도시 이름이 된 겁니다.

누군가가 제너럴 산토스는 다녀 왔는데 젠산은 아직 못가봤다고 하면

그냥 농담으로 알아 들어야지 정말 이냐고 따져 묻다가는

오히려 무식하다는 소리 듣기 십상입니다^^ (2회에 계속)

(사진 글 = 부싯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