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없이 일 잘 하는 우리 집 헬퍼 메이.
스물여섯살 나이에 비해 훨씬 젊어 보이는 아가씨입니다.
먼저 있던 헬퍼가 남자친구와 불장난?으로 아이를 출산하는 바람에
급히 구한 헬퍼인데도 얼마나 열심인지
흠 잡을 만한게 별로 없습니다.
이런 경우만 빼고 말입니다.
어저께였습니다.
외사촌아우가 모처럼 시간을 내 이것저것 한국음식을 만들었습니다.
된장국도 끓이고 부치미에 깻잎짱아찌까지 만들었습니다.
여기에다 한국식품점에서 사 온 오이를 잘라 양파와 상추까지 넣고
버무려 정말 맛난 오이무침도 만들었습니다.
밥 때 보다 너무 일찍 만들어 물이 좀 많다 싶었지만
그 맛은 고향집서 먹던 것과 비슷했습니다.
정말 공기밥 한 그릇 뚝 딱 비웠습니다.
그리고 오늘 아침-
어제 먹다 남은 오이무침이 생각났는데
그게 식탁위에 그대로 있었습니다.
얼른 몇 조각을 집어 입에 넣었더니 오이가 뜨끈뜨끈 한 겁니다.
된장찌개 옆에 놔서 그런가 싶어 다시 집어 먹어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헬퍼한테 물었습니다.
-너 이거 전자렌지에다 돌렸니.
고개를 끄덕입니다.
이런 염병헐-
소리를 지르려다 간신히 참았습니다.
이게 어떤 오이고 아우가 어떻게 만들어 놓은 건데 그걸 렌지에 넣고 돌려.
뜨끈한 오이무침을 보면서 조용히 말했습니다.
-다음에는 전자렌지에 넣고 돌리면 안돼 알았지.
이건 가스렌지에 올려 놓고 30분간 푹 끓이는 거여-
속상한 마음에 얄궂은 소릴 해 댔지만
정말 전자렌지에 푹 익은 오이무침 먹는 기분은 영 아니었습니다.
아니 아무리 처음 본 반찬이라고 해도 그걸 전자렌지에 넣을 수 있을까.
암만 생각해도 미스테리입니다.
지금도 오이무침만 생각하면 배알이 틀립니다.
그래선지 자꾸 엄한 생각이 납니다.
-왜 다음엔 딱딱한 아이스크림도 넣고 돌려보지.
뜨끈한 아이스크림을 먹으면 배탈도 안날겨-
하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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