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제2 공장 사무실에 있다 보니
트리 시리구엘라스(sireguelas)가 부러워 집니다.
트리 시리구엘라스는 공장 옆 공터에 자리잡고 있는
커다란 과일나무입니다.
잔 가지 하나 없이 매끈한 몸통 끝에 코코넛을 매달고 있는
야자수는 사실 정이 없습니다-아이들 한테는 말입니다.
(웬만한 숙련자 아니면 나무꼭대기 까지 올라갈 수도 없습니다)
파파야나 바나나 역시 열매는 좋지만
나무에서 바로 따 먹을 수 있는 것들이 아닙니다.
숙성 과정이 필요한 과일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 비춰볼 때 트리 시리구엘라스(sireguelas)는
아이들에게 가장 만만한 과일나무입니다.
넉넉한 가지와 단단한 줄기는 아이들이 오르 내리기 좋으며
나뭇잎 사이 곳곳에 숨어 있는 과일은 바로 따 먹기 좋습니다.
특이 지금이 이 과일이 익는 계절인지라
학교가 파하면 아이들이 이 나무 근처로 날마다 몰려 옵니다.
간식거리가 별로 없는-
그리고 마땅한 놀이터도 없는 터라
피노이 아이들은 이곳을 놀이터 삼아 놀다가
출출해 지면 과일을 따 먹곤합니다.
어떤 날은 가만히 보면 과일만큼 아이들이 가지가지마다
매달려 있습니다.
장대를 가지고 온 녀석도 있고
얼마다 많이 따겠다고 저보다 큰 자루를 들고 온 놈도 있습니다.
상황이 어찌됐든 이 시리구엘라스(sireguelas) 나무는 늘 그 자리에
그대로 있습니다.
옆에 키가 20미터 넘는 야자수가 널려 있지만
아이들은 거들떠 보지도 않습니다.
나무 꼭대기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야자가
탐이 나긴 하겠지만 오를 수 없고 또 주인이 있는 거라서입니다.
물론 이 나무도 땅 주인 것이지만 그 주인은 돈 안되는 이 나무엔
관심도 없는 듯 합니다.
덕분에 이 나무는 아이들이 주인이 된 지 오랜 것 같습니다.
언젠간 나도 시리구엘라스 나무 처럼 피노이 아이들이 줄 줄 따라 다니는
그런 한국인이 되었으면 합니다.
먹고 마실 것이 떨어지지 않는 보따리와 함께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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