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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이야기

헬퍼 ‘미라셀’이 딸을 낳았대요

by 고향사람 2013. 7. 6.

아우들과 함께 사는 까가얀데오로 집과

마닐라 인근의 따가이따이에서 여러 해 헬퍼로 지냈던 미라셀이

어제 딸을 낳았답니다.

수요일까지 까가얀데오로 우리 집에 있었는데 저녁에 집에 다녀 온다며 나가더니

목요일 아침 일찍 엄마와 함께 다시 찾아 왔습니다.

더 이상 일을 할 수가 없어 인사하러 왔다는 겁니다.

 

아이가 나올 날이 다 됐던 겁니다.

그런데 인사하고 간지 이틀만에 아이를 낳은 겁니다.

그동안 우리 집에 살면서도 입덧 흉내도 못내고

초산임에도 불구 남편없이 아이를 낳았으니-

그 심정이 사뭇 심란할 것 같습니다.

 

여러해 우리와 같이 살면서 정도 들고

더군다나 일도 잘하고 정직해서 믿음직했는데-

이제 당분간은 우리와 함께 할 수 없게 됐습니다.

아이가 좀 크면 다시 우리집에 와 일을 하라고 했습니다만

그게 말대로 될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마음 착한 미라셀이 임신을 하게 된 것은

그녀가 대학에 다니면서 만나게 된 남자와 그만 사랑을 나눈것이

임신으로 연결이 돼 버린 겁니다.

아이 아빠는 미라셀이 임신 했다는 소리를 듣자마자 마닐라로 튀어 버렸습니다.

 

물론 전화 번호도 바뀌었고 집 주소는 처음부터 몰랐습니다.

집 식구 모두가 나서 수소문 한 끝에 겨우 연락이 닿았지만

미라셀 남친은 아버지가 될 준비는 물론 마음도 전혀 없었습니다.

 

결국 헬퍼 미라셀은 혼자서 애를 낳았고

앞으로 키우고 교육시키는 것도 제 몫으로 남게 됐습니다.

 

임신해 배가 불러 오자 나는 애를 집으로 보내야 하지 않겠냐고 했고

아우는 집에 가 혼자 있으면 우울증에 걸릴 거라며

사람 많은 곳에서 같이 지내는 것이 나을 거라며 집에 머물게 했었습니다.

물론 다른 헬퍼 한 명을 더 구해 같이 일하게 했습니다.

 

미라셀이 애를 낳았다니-

안심이 되면서도 그 애를 혼자 키울 미라셀을 생각하니 착잡한 마음이 듭니다.

미혼모 싱글맘이 많기로 유명한 필리핀이지만 내 주위 사람들까지

그런 소리를 듣는 이들이 늘어 나니 남의 일 같아 보이지도 않습니다.

사는게 뭔지-

요즘 이 소리가 자주 튀어 나옵니다.

 

주말에는 애 기저귀랑 분유 좀 사들고 미라셀을 찾아 가 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