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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마니또 - 2

by 고향사람 2012. 12. 24.

얼마 전, 교회에 갔을 때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를 앞두고

마니또 친구를 만들자는 프로그램이 진행됐다는-(손바닥편지 12월16일자)

이야기를 썼었습니다.

 

마니또(비밀친구&수호천사)에게 선물도 하고

그를 위해 기도해 주자는 것이 요지였습니다.

내가 뽑은 마니또에도 관심이 있었지만

누가 내 이름을 뽑아 나를 자기의 마니또로 삼고 있을까하는 궁금증도

함께하며 1주일을 그렇게 보냈습니다.

 

그러던 차 오늘 또 교회에 갔고

도중에 물을 마시러 나왔는데 아홉 살짜리 꼬마여아를 만나게 됐습니다.

부모와 떨어져 필리핀에서 공부하는 초딩2년짜리였습니다.

 

얼굴이 통통한게 너무 귀엽게 생겨 내가 ‘엘리스’라는 별명을 붙이고

혼자서 그렇게 부르는 아이였는데-

이 아이가 나를 보더니 반갑게 웃으며 말합니다.

-내가 뽑았어요. 마니또로요.

 

처음에는 무슨 소린지 몰랐는데 그게 바로 마니또 친구가 됐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사실은 마니또 친구는 비밀로 하고 선물도 누가 준비한지 모르게

이름만 써서 단상 앞에 높기로 약속이 돼 있었는데-

이 꼬마 아가씨가 그 사실을 깜박한겁니다.

 

그래. 나를 위해 선물도 사고 기도도 해 주는 마니또가 너란 말이지.

고개를 끄덕이는 녀석한테 더 궁금한 것이 있어 물었습니다.

-그럼 선물도 준비했겠네. 무엇으로 했니.

그러자 서슴없이 다이어리를 사 놨다는 겁니다.

다이어리- 그건 우리 사무실에도 많은데-. 하려다가 순간 입을 얼른 막았습니다.

마니또 친구를 위해 열심히 준비했을 녀석의 성의를 생각해서 말입니다.

 

내가 뽑은 마니또는 다른 이지만 나를 위해 기도해 주고 선물도 준비한

마니또를 안 이상 특별한 선물 하나 더 준비해야겠습니다.

녀석이 홈 스테이 주인 집사님한테 내 이름을 대면서 이 오빠?가 누구냐고

여러 번을 물어 이미 알고 있었다며 ‘오빠’가 아니라 아저씨라고

누차 가르쳐 줬는데도 이름만 생각하고는 자꾸 오빠라고 한다며 웃습니다.

 

아마 교인중 겨울 방학을 맞아 어학연수를 온 학생들이 많은 탓에

내 이름만 보고 그냥 오빠쯤 되겠지 생각했나 봅니다.

지천명의 나이에 아홉 살 꼬마 한테 듣게 된 오빠소리.

이 보다 더 큰 크리스마스 선물이 어디있겠습니까^^

 

-그려 난 마니또 친구 소리 듣는 것 보다 오빠 소리가 더 조응께

앞으로도 나 보거든 그냥 오빠라고 혀- 니.

덕분에 오늘은 많이 웃었습니다.

필리핀 생활의 또 다른 맛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