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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머리를 두 번이나 감겨준다???

by 고향사람 2012. 12. 28.

한 달에 한 번씩 이발소를 찾는 것은

한국에 있을 때나 필리핀에서 사는 지금이나 변함이 없습니다.

이발소를 다녀오면 3-4일 좋은 기분이 유지되는 것도 비슷합니다.

 

필리핀에서는 사무실 근처 이발소에 가면 25페소(한화 1100원 정도)에

머리를 깎을 수 있습니다.

방 빗자루만한 브러시와 엿장수 가위보다 한 치는 길어 보이는 가위에

수시로 뿌려대는 분가루가 긴장을 유발케 하지만

십여분만 견디면? 신랑처럼 산뜻한 머리 스타일이 나오는 덕에

이발소 가는 날은 은근히 기분이 업됩니다.

 

오늘은 아우와 함께 까가얀데오로 에스엠 쇼핑몰에 갔다가

같이 이발을 하게 됐습니다. 아우가 다닌다는 100페소짜리 이발소를 찾았는데

연말이라선지 손님이 너무 많아 1층에 있는 다른 이발소를 찾았습니다.

그런데 여기서는 등록?을 하자마자 머리부터 감겨 주는 겁니다.

 

필리핀 싸구려 이발소만 다닌 탓인지 머리를 깎고 나서도

샴푸를 해주는 곳이 없었는데-

이곳은 머리카락에 가위를 대기도 전에 머리부터 감겨 주는 겁니다.

이런 호사가-.

더군다나 이쁜 바바에(아가씨)가 머리를 깎아주니 금상첨화였습니다.

(아우는 산적같이 생긴 아저씨가 이발을 해 줌)

 

머리를 다 깎고 나서 다시 한 번 샴푸하고 드라이 한 뒤

계산을 하니 두 사람 비용이 400페소나 나왔습니다. 여기에 팁까지-.

사무실 근처 촌스런 이발소에 비해 10배 가까이 비쌌습니다.

-그려 어쩐지 머리를 두 번씩이나 감겨 준다 했지.

 

툴툴거리는 나에 비해 아우는 은근히 만족했나 봅니다.

-난 머리감겨 주는 이발소는 첨이유. 이런 곳도 있다는 게 신기헌디유.

아우는 앞으로 이곳을 자주 이용할 것 같습니다.

 

근디 난 달랑 거울 하나 놓고 분가루 폴폴 날리며 가위질 몇 번 하고

뒤로 가서 눈 가늘게 뜨고 높낮이를 측정해 가며 이발질하는

사무실 근처 이발소가 더 정이 갑니다.

샴푸야 사무실 샤워실에서 하면 되고- 면도는 내가 더 잘하니까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