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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너무나 부지런한 우리 집 헬퍼 때문에-

by 고향사람 2012. 12. 8.

3주 넘게 한국에 머물다 까가얀데오로 집에 돌아 와 보니

헬퍼 한 명이 바뀌어 있었습니다.

나 없는 동안 아우가 -솜씨 -눈치 -염치 없던 헬퍼를 내 보내고

새로운 사람을 들였던 겁니다.

 

그런데 아우가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는 새 헬퍼였지만

이상하게도 충청도 출생인 나와는 궁합이 잘 맞지 않습니다.

-뭔가 20% 정도 부족하고 느려 터지던 먼저 헬퍼가 훨 나았던 것 같으니 말입니다.

왜냐면 새 헬퍼는 평소 반 박자 이상 늦게 살아가는 내 스타일과

정반대 성격을 지녔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회사서 퇴근해 방에 들어 와 보니

책상 위와 침대 모서리에 걸쳐 둔 옷들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어제 밤 샤워하면서 손수 빨아 널어 놓았던 팬티까지도 말입니다.

새 헬퍼에게 내 옷들 다 어찌 했느냐고 물었더니 다 세탁해 버렸다는 겁니다.

세탁 바구니에 넣어 둔 것만 빨라고 몇 번을 말했는데도 또 세탁을 해 버린 겁니다.

 

왜 그러냐고 묻자 옷에서 냄새가 나서 빨았답니다.

-그거이 홀애비 냄새다

하고 싶지만 짧은 영어로 설명을 해 줄 수도 없고 은근히 스트레스입니다.

 

그러자 함께 지내는 조카가 내 마음을 안다는 듯이 부연 설명을 해 댑니다.

-큰 아버지 옷 절대로 의자나 침대에 걸어 놓지 마세요. 무조건 다 빨아요. 어저께는요 저 미끄러져서 죽을뻔도 했는 걸요. 2층 계단에 가루비누를 잔뜩 풀어 놓고 청소하다가 다른 일을 했나봐요. 전 그것도 모르고 맨발로 올라가다 쭐떡 미끌어져 얼마나 놀랬는데요.

 

남은 반찬은 무조건 다 버리고-

과일 깎으라면 쟁반 가득히 썰어 놓고-

한 번 신고 난 가죽 운동화도 물세탁 해 버리고-

충전중이거나 말거나 전기 코드는 다 빼서 돌돌 감아 놓고-

이러다가 너-무 부지런한 새 헬퍼 때문에 우리 살림 거덜나게 생겼습니다.

 

잠깐 걸쳤다가 벗어 놓은 옷인데도 다 세탁해 버리는 바람에

이젠 옷장 속 옷도 함부로 만지지 못하게 생겼습니다.

손 탄 흔적이 생기면 다 걷어다 빨아 버릴게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매사를 -괜찮어유 하면서 살아 온 내가 새 헬퍼와 궁합을 맞추자면

세월깨나 흘러야지 싶어집니다. 그 전에 내가 먼저 돌아 버리지나 않을지.

열심히 기도해야 할 일이 하나 더 생긴듯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