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일요과부를 만들던 유명 인사들이 강태공이었다는 사실은
생선 매운탕 좋아하는 이들이 더 잘 압니다.
대신 바다낚시 간다고 해 놓고 어망에 민물고기 잔뜩 채워 오거나
그 반대로 했다가 망신당한 이들도 자칭타칭 강태공들입니다^^
필리핀 바다 근처 도시에서 살다보니 비린내 맞는 날도 많습니다.
이 때 마다 간절한 것이 생선 매운탕입니다.
-싱싱한 생선 잘 손질해 무와 대파 숭숭 썰어 넣고 다진 마늘에
고추장 듬뿍 풀어 끓여 내면-
더 말해 무엇합니까. 침만 넘어가지.
매운탕 이야기로 삼매경에 빠져들 때 막내 아우가 벌떡 일어나더니
바닷가에 가서 끓여 먹고 오자며 서둘러 짐을 챙깁니다.
그날이 마침 토요일 다된 저녁 때 였습니다.
집에서 양념 준비하고 냄비에 휴대용 가스렌지까지 차에 싣고
가까운 바닷가로 나갔습니다.
-생선은???
하고 묻자 바닷가에 가면 고기 잡는 이들이 많으니까
제일 싱싱한 걸로 골라 사면된다는 겁니다.
아우만 믿고 따라 나섰는데 토요일 바닷가는 사람만 붐볐지
어부는 고사하고 생선파는 이들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결국 한 없이 넓은 백사장만 헤매고 돌아 다니다가
시내 어시장에 들러 생선 한 보따리 사서 집으로 돌아 왔습니다.
저녁 맛있게 먹고 들어오겠다며 푹 쉬라고 일렀던 헬퍼 깨워
보조 주방장으로 삼아 아우가 맛나게 매운탕을 끓였습니다.
바닷가에서 시원한 바람 맞으며 먹는 매운탕 맛은 아니었지만
고추장 팍팍 풀어 끓인 생선 매운탕이 모처럼 입맛을 깨웠나 봅니다.
밥 한 공기 뚝 딱 비웠으니 말입니다.
시장서 사온 물고기를 헬퍼한테 내 놓으며 낚시로 잡았다고
아우가 뻥을 쳐대자 ‘진짜냐’ 반신반의 하던 것과는 달리
얼큰한 매운탕을 맛본 우리 헬퍼-
‘야미’(맛있다) 소리를 연발하며 생선 대갈빼기까지 쪽쪽 빨아 먹습니다.
-그려 사온 생선이면 어떻고 잡은 거면 어떠냐. 맛 좋으면 그만이지.
낚시하러 간다하고 엉뚱한 짓 하다 시장서 물고기 사오는 가짜 강태공보다는
그래도 우리가 양심적이지 싶어지는 이유는 또 뭔지.
암튼 필리핀서 생선 매운탕 끓일 때는 어시장부터 찾는 게 제일 빠르다는 거-
이번에 솔직히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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