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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여행이야기

[스크랩] `펄펄 끓는 진흙 연못`이 있는 마킬링산 오르기

by 고향사람 2012. 5. 13.

한국의 산들은 나무와 바위의 적절한 조화로 한 폭의 동양화를 떠오르게 하는 반면,

필리핀의 산들은 열대림으로 둘러 쌓여 물감이 두껍게 칠해진 유화(油畵)를 연상케합니다.

이중 마닐라에서 두시간 거리에 위치한 라구나주의 라스바뇨스에는

‘마이아 마킬링’(Mt. Makiling 1,144미터)이라는 아름다운 산이 있습니다.

 

이 산은 아주 맑은 날 빼고는 거의 날마다 흰 구름 모자를 쓰고 있습니다.

파란 산 위에 하얀 구름이 얹쳐져 있는 모습은 동화(童話)를 떠오르게 할 만큼 친근감을 줍니다.

이 산이 필리핀 사람들에게 호감을 갖게 하는 이유는 참으로 많습니다.

이 산 아래는 1백만평에 이르는 부지를 차지하고 있는

필리핀 명문 '유피대학'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또 산줄기에는 ‘머드 스프링’(Mud Spring)이라는 자그마한 연못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 연못은 1년 내내 수증기와 고운 진흙을 토해내며 부글부글 끓고 있어

살아있는 화산을 보는 느낌을 갖게 합니다.

 

등산을 하다가 숲 한가운데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이 연못을 보는 순간은

꼭 여우한테 홀린 그런 느낌이 들거나,

아니면 지옥 문 앞에 선 감정이 듭니다.

하얀 김이 피어오르는 주변 모습과 연못에서 연거푸 터져 나오는 기포(氣泡),

약간 역겨운 유황냄새가 꼭 지옥을 연상케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진흙탕으로 돼 있는 연못에서는 곱기가 분가루요,

때깔 또한 최고급인 천연머드가 계속해 만들어집니다.

펄펄 끊어 오르는 기포 주변은 손을 담글 수 없을 정도로 뜨거워

계란을 넣으면 금방 완숙이 돼 버리지만,

연못 가장자리는 진흙이 지천으로 있어

이 흙을 긁어내어 얼굴을 비롯 온 몸에 그냥 바르기만 하면 됩니다.

 

그렇게 토인(土人)이 된 채 20 여분 잡담을 하다가는 옆으로 흐르는

계곡물에 진흙을 씻어내면 그만입니다.

그러고 나면 아줌마는 아가씨로, 아가씨는 초등학생 피부로 ‘화-악’ 바뀌어 버립니다.

믿거나 말거나 말입니다.

 

아무튼 기미 주근깨 여드름에 특효라는 말은 이곳에서도 통하니,

이 소문이 한국까지 나면 이곳의 진흙은 얼마 안가 바닥을 드러내고 말 것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곳까지 등산하는 것으로 만족합니다.

마킬링산 정상까지 올라가는 것은 쉽지가 않기 때문입니다.

등산로도 확실치 않지만 우선은 밀림이 우거져 자칫 길을 잃기가 십상이기 때문입니다.

 

한국 산들은 정상은 물론 능선만 타도 조망이 굉장한데,

이곳에서는 산 속에 들어가면 갈수록 숲이 우거져 아무것도 볼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어두 침침한 숲 속에서 앞사람 뒷모습만 줄 창 보고 다녀야 하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쭉쭉빵빵한 나무들이 신기하게 보이지만 서너시간을 접하고 나면

등산보다는 나무구경을 온 착각에 빠질 정도입니다.

 

원정 등산을 목적으로 오지 않은 이상 장비도 소홀하고,

가이드도 마땅챦은 까닭에 대개는 맛보기 산행정도만 하고는

중간에서 하산하는 보통입니다.

 

하지만 하산 길에 라스바뇨스나 판솔지역에 들러 온천욕을 하는 맛은

또 다른 분위기를 느끼게 합니다.

등산 피로도 풀고, 건강도 다질 수 있는 온천욕은 한국 사람들의 정서에 딱 맞습니다.

특히 인근에는 ‘서울리조트’가 자리하고 있어 친근감이 더 합니다.

서울리조트는 한국인이 직접 운영하는 온천입니다.

물론 간판도 한국어로 돼 있어 찾기가 수월(?)합니다.

 

마킬링산은 동양 최대로 알려진 ‘라구나 호수’ 근처에 위치한 만큼

이 호수와 멋진 궁합을 이루고 있습니다.

바다인지 호수인지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넓은 이 호수는

산을 오르는 길에서 일부의 모습을 볼 수가 있습니다.

 

또 마킬링산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는

이 산보다 1000미터 이상이나 높은 바나하우산(2,188미터)이 있습니다.

라구나 주도(州都)인 '산 파블로'에서 '루세나'에 걸쳐 있는 이 산은

필리핀에서도 높은 산에 속합니다.

등산에 자신 있는 분들은 이 산을 올라보기 권합니다.

하지만 저는 등산과 온천, 그리고 호수와 대학을 함께 구경할 수 있는

 마킬링산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이 산을 찾는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메트로 마닐라에서 남부 고속도로를 타고 30-40분 달리다보면

도로 종점이 나타나면서 길이 나뉘게 됩니다.

거기서 오른쪽으로 가면 바탕가스, 왼쪽으로 가면 바로 깔람바 시가 나옵니다.

 

깔람바는 인구가 약15만명 정도되는 중간급 도시지만,

필리핀 국부인 호세 리잘의 고향으로 유명합니다.

깔람바에는 ‘월터마트’라는 초대형 상점이 있습니다.

이곳에서 장을 본 뒤 다시 라스바뇨스방향으로 가다보면 오른쪽으로 큰산이 나타나는데,

이 산이 바로 마킬링산입니다.

 

이 산 일대에서 라스바뇨스시와 판솔지역은 온천지대로 유명한데,

땅속 몇십미터만 파도 뜨거운 물이 쏟아져 나와

웬만한 가정에서는 온천물로 밥하고 빨래까지 합니다.

 

머드 스프링코스는 판솔을 지나 라스바뇨스로 가다가 오른쪽 산길로 방향을 틀어야 합니다.

이 길 중간에는 매그네티(Magnet) 도로가 있는데,

우리나라 도깨비도로와 일맥상통합니다.

시동 끈 자동차가 언덕길로 미끄러져 내려가는 것 말입니다.

 

필리핀에 오게되면 등산과 온천, 그리고 멋진 추억을 남길 수 있는

마킬링산을 찾아 보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 될 듯 싶습니다.

또 이곳서 멀지 않은 곳에 팍상한 바탕가스 따가이따이 등 유명관광지가 위치하고 있어

마닐라 시내에서는 당일치기로 둘러 볼 수 있는 것도 장점이랍니다.


출처 : 필리핀 에듀오스
글쓴이 : 부싯돌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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