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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많은 피노이를 울린 울 엄니

by 고향사람 2012. 5. 9.

필리핀서 4개월간 머무르다 지난 주 한국으로 돌아가신 울 엄니-.

그동안 이곳에 사시면서 여러 피노이들을 울렸습니다.

이중 한국 남편을 둔 피노이 아줌마는 눈이 벌개 지도록 울렸습니다.

울 엄니를 어머니로 부르던 이였습니다.

 

지난 초겨울 김장을 담그다 미끄러져 어깨뼈가 부러졌던 울 엄니.

요양도 하시고 추위도 피할겸 해서 필리핀으로 모셔 왔습니다.

아들과 조카가 있는 민다나오섬에서 머무셨는데

이곳에 계시는 동안 한국인을 남편으로 둔 필리핀 아줌마를 알게 됐습니다.

아침 저녁으로 동네 한 바퀴씩 산책하시는 어머님을 보고

피노이 아줌마가 쫒아와 인사를 한게 계기가 됐습니다.

 

그 아주머니 남편이 한국 사람인 까닭에 엄니를 보고 반갑게 쫒아 왔던 겁니다.

같은 빌리지서 사는 덕분에 틈나면 엄니를 초청해 식사도 대접하고

또 그 아줌니가 우리 집에 마실을 오는 등 교제가 만만치 않더니

어느날부터는 울 엄니를 어머니라고 어눌하게 부르기 시작한 겁니다.

 

정들자 이별이라더니-

필리핀서 4개월간 머물던 울 엄니가 한국으로 나간다고 하자

하루가 멀다하고 쫒아와 눈물부터 보이는 피노이 딸?

그가 싸 준 말린 맹고와 바나나 튀김을 한 보따리 들고

엄니는 한국에 가셨습니다.

이번 겨울에 또 다시 만나자는 말 한마디만 남기고 말입니다.

 

어머님을 모시던 우리 집 헬퍼 역시 헤어질 때 눈물 깨나 흘렸습니다.

말은 안 통해도 정으로 통한 두 사람인지라

헤어짐이 많이 서운했나 봅니다.

울 엄니 한국서 가져 온 수건에서부터 신던 양말에까지 다 벗어

헬퍼 방에 놓고 왔다며 돈 좀 더 주고 올 걸- 하십니다.

 

팔순 노인네이시면서도

정신은 아들들 보다 더 좋으신 울 엄니 인지라-

이번 겨울에 다시 오시면 필리핀 동네 사람들 얼굴을 물론

이름까지 다 기억하시며 좋아 하실 것 같습니다.

아마 그 때는 피노이들을 울리는 대신 웃음꽃이 활짝 피게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