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닐라 퀘존시티에 있는 우리 집 식당에는
중국 음식점에서나 볼 수 있는 커다란 원탁이 있습니다.
의자 역시 나무를 조각해 만든 것으로 은근히 폼이 납니다.
얼마 전 아들놈 친구가 탁자에 쇠붙이를 떨어 뜨려
유리를 박살내는 바람에 지금은 비닐커버를 뒤집어 쓴 신세가 돼 버렸습니다.
하지만 지난 번 보다 원탁의 값어치는 훨씬 높아 졌습니다.
비닐 커버 속에 각국의 지폐를 넣어 놨기 때문입니다.
일테면 지폐로 데코레이션을 해 놓아 가치가 올라갔다는 겁니다.
달러는 물론 스위스 영국 일본 지폐에서부터 동전, 그리고
빠질 수 없는 한국 돈에 필리핀 새 페소까지 바닥에 잔뜩 깔아 놓았습니다.
동전까지 펼쳐 놓으니 나름 볼 만 했습니다.
그 위에 밥그릇을 놓고 식사하다보면 금세 부자가 될 것 같은 생각도 들고 말입니다^^
그렇게 달포쯤 지난 어느 날 밥을 먹다 탁자 위를 보니
뭔가 빠진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가만 살펴보니 필리핀 돈 200페소짜리가 보이지 않는 겁니다.
이상타 싶어 헬퍼와 기사를 불러 물어 봤습니다.
여기 돈 어쨌냐고 말입니다. 모두가 모른다고 고개를 흔듭니다.
우리 집에서 같이 생활하는 한국 학생들도 불러 물어 봤습니다.
누가 200페소 짜리 뽑아 썼냐고 말입니다. 다 아니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 돈이 제 스스로 가출?을 했다는 이야기인데-
사실 돈을 탁자 비닐 밑에 깔아 놓을 때 한국 돈 만원짜리가 제일 먼저
없어질 거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아님 달러가 없어지거나-
그런데 필리핀 돈이 제일 먼저 없어진 겁니다.
가만 생각해보니 헬퍼들이라면 굳이 이 돈을 빼 갈 이유가 없습니다.
내 방 책상 서랍이든지 아니면 옷걸이에 걸려 있는 바지 주머니만 뒤져도
적지 않은 돈이 나올 판에 금세 들통날 돈에 손을 댈 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누가 가져갔을까.
아들놈이 있었으면 ‘아부지 또 지가 범인?이라고 생각하시쥬’하며
설레발 쳤을 텐데 말입니다.
그나저나 그 돈은 누가 가져갔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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