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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분명 수탉 한 마리를 잡았는데-

by 고향사람 2012. 5. 1.

어젯밤에 엄청 사납고 큰 장닭(수탉) 한 마리를 잡았습니다.

그것도 발길질을 해서 잡은 겁니다.

힘 좋고 날쎈 닭을 잡기 위해 얼마나 몸부림을 쳤는지-

그만 오른쪽 엄지 발톱이 다 찢어져 버렸습니다.

 

피가 줄줄 나고

밤새 발가락이 얼얼해서 잠도 설쳤습니다.

그런데 아침에 닭도리탕을 해 먹을려고 밤에 잡은 닭을 찾아도

보이지를 않는 겁니다. 깃털 한 개도 말입니다.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꿈속에서 잡은 장닭이었기 때문입니다.

한 성질 하는 내 성격 탓도 있고 말입니다.

 

상황은 이랬습니다.

요즘 마닐라 집에 와 생활하고 있는데 옆 집 닭이 얼마나 울어대는지-

매일 밤 잠을 설칠 지경입니다.

새벽에 우는 닭이야 자명종 역할을 해 주니 말릴 필요가 없지만

한 밤중이나 대낮에도 시도때도 없이 울어대는 주책없는 닭은

모가지를 비틀어 주는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그게 옆집 닭이니- 손을 쓸 수도 없고.

울며 겨자먹기로 참고 있었는데 그게 꿈에도 나타난 겁니다.

옳타구나 싶어 냅다 발로 걷어 찼는데-

침대 옆에 있는 창문 벽을 걷어 찬 겁니다.

잠결에 말입니다.

 

평소 감정이 보태져 있는 힘껏 찼으니-

엄지 발톱이 다 찢어져 버렸습니다. 잠결에도 얼마나 아픈지

일어나 살펴보니 찢어진 발톱 사이로 피가 줄줄 나는 겁니다.

그냥 잤다가는 이부자리 다 버릴 것 같아 밴드로 동여매고

양말까지 신고 잤습니다. 필리핀 더위에 말입니다.

 

나이 들면서 성질 죽이고 살라는 마누라 성화가 아니라도

도 닦는 마음으로 살려고 애 쓰고 있는데 옆집 닭이 도와주질 않습니다.

잠 버릇 못된 거, 성질 탓이라는데-

 

난 옆집 수탉 탓이라고 우기고 있는 중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