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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이야기

뻔뻔한 필 선배?는 조심해야

by 고향사람 2012. 4. 23.

필리핀에 온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입니다.

이곳에서 살 집을 구하기 위해 이리저리 알아 보던 중

괜찮은 집을 소개받게 되었습니다.

 

한국인이 살고 있었는데 우리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좋았습니다.

당장 계약을 하기로 하고 필리핀 주인을 만나보고 싶다고 했더니

자기하고 하면 된다는 겁니다.

집 주인은 월세만 제대로 받으면 다른 컴플레인이 없다며 말입니다.

생각해 보니 그럴것 같았습니다.

 

A라는 사람한테 월세를 받으나 B로부터 받으나 그게 그거 일테니 말입니다.

따지는 거 싫어하는 성격이라 편한대로 하자고 말했습니다.

그랬더니 옆에 있던 마눌이 차제에 필리핀 주인도 만나고

이왕이면 제대로된 계약을 하고 싶다며 보채는 바람에 그렇게 하기로 했습니다.

물론 임대해 사는 한국인은 그럴 필요가 없다며 이런저런 이유를 댔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필리핀 집주인을 만나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그리고는 우리가 입주할 날짜를 상의하고는 잔금까지 다 줬습니다.

집안에 있던 모든 가재도구까지 인수받는 조건이었습니다.

그런데 입주 날짜에 들어와 보니 좋은 가재도구들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티브 컴퓨터는 물론 침대 매트리스까지 다 가져가 버린겁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며칠 뒤 한국인 부부가 찾아 왔습니다. 자기들이 이 집을 계약했고

오늘이 입주하는 날이라고 하면서 말입니다.

이야기를 들어 보니 우리가 들었던 말과 똑 같았습니다.

필리핀 주인한테 그냥 월세만 주면 된다는-

 

이들도 모든 돈을 다 지불한 상태였습니다. 그 다음날에는 또 한 팀이 왔습니다.

이중 삼중으로 계약을 한 겁니다.

다행이 우리는 필리핀 주인과 새로이 계약을 체결하고 그 계약서를 들고 있어

집을 차지하고 있을 수 있었습니다.

 

지금생각해도 참 아찔합니다.

초보 필리핀 교민들을 상대로 계획적으로 사기를 친 이 선배?를 생각하면 말입니다.

외모도 말하는 태도도 너무 믿음이 갔는데-

결과는 사기꾼이었다는 게 참으로 가슴을 아프게 합니다.

비싼 수업료를 냈다고 생각하라는 주변인들의 위로도 있었지만

가슴속 상처는 가끔씩 덧이 나기도 합니다.

 

필리핀서 살고자 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기도하시기 바랍니다.

좋은 이웃, 좋은 선배를 만날 수 있게 해 달라고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