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놈은 ‘인연’이라 하고 난 ‘우연’이라고 하는데-
참 이런 경우를 처음 경험하고 보니 은근히 겁이 날 정도입니다.
사연인즉 이렇습니다.
민다나오 일터에서 3개월만에 마닐라 집으로 돌아오니
헬퍼들이 모두 바뀌어 새로운 피노이들만 있었습니다.
오랫동안 정들었던 나이 많은 헬퍼는 남편이 죽자 일을 그만뒀고
다른 헬퍼는 집안에 일이 생겨 고향으로 돌아갔다는 겁니다.
그래서 새 식구를 구했다는데 모두가 갓 20세를 넘긴 젊은 아가씨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유독 ‘벨’이라는 아가씨는 얼굴이 눈에 익었습니다.
어디서 봤을까 하는 생각을 하다 금세 잊었습니다.
그 뒤 한국을 다녀오고 다시 민다나오 일터로 가려는 차에
‘벨’이라는 아가씨가 외사촌 아우 이름을 대면서 아느냐고 묻는 것입니다.
그 질문에 내가 더 궁금해 어떻게 내 아우 이름을 아느냐고 따지듯 물었더니
자기 동생이 아우 수하에서 일을 한다는 겁니다.
아우 밑에서 일을 한다면 내 직원이기도 한데- 그래서 얼른 이름을 물었습니다.
동생 이름이 ‘알터’라고 합니다.
세상에나- 이런 우연이 아니 이런 인연이 있을까 싶어 놀랐습니다.
‘설마’하며서 몇 가지를 물어 봤습니다.
-네 고향이 다바오 앞에 있는 사말섬이냐.
-아버지 직업이 어부냐.
-네 막내 동생이 지난2월에 사고로 죽었냐.
대답인즉 다 ‘맞다’는 겁니다.
헬퍼 동생은 지금도 민다나오 내 집에서 빌리저로 일하고 있습니다.
벌써 2년 가까이 그렇게 지내고 있는데 그 누이가 마닐라 우리집 헬퍼로 들어 온 것입니다.
그래서 처음 보는 얼굴인데도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모습이었던 겁니다.
이 말을 듣고 마눌 모르게 얼른 용돈부터 챙겨 줬습니다.
헬퍼라기 보다는 내 일가친척 같아 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민다나오에 있는 그녀의 동생 알터가 심성만 착했지 일을 잘 못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그 누이도 같은 피가 흘러선지. 열 번을 가르쳐 줘도
매번 도로아미 타불이라는 겁니다.
아들놈 새 골프화를 세탁기에 넣고 돌려 엉망으로 만들어 놓고
세제를 풀지 않고 빨래를 해 비싼 옷을 망쳐 놓은게 벌써 몇 벌째 인지 모른다고
마눌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어 댑니다.
그럴 때 마다 그래도 마음은 곱잖아 하면서 헬퍼편을 들고 있는데-
이게 언제까지 약효?가 될지는 나도 잘 모르겠습니다.
우연이건 인연이건 간에 이 정도면 무서울 정도라는 거-. 요즘 실감하면서 삽니다.
정말 낯모른다고 함부로 살다가는 큰 일 나겠다 싶어 몸도 마음도 조신하게 살 참입니다.
님들도 그리살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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