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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이야기

윗도리 벗고 받는 밤거리 마사지

by 고향사람 2011. 9. 2.

민다나오 제2 도시인 까가얀데오로는 이렇다할 공원이나 놀이시설,

혹은 명소도 별로 없습니다. 깔끔치 않은 거리공원과 쇼핑센터가 시민들의

휴식처를 대신할 정도입니다. 반면 최근 들어서는 고가도로를 비롯 아얄라몰 등

새로운 건설공사가 한창이어서 도시는 활력이 넘쳐납니다.

 

하지만 건설 현장보다 활력이 더 넘쳐나는 곳이 있는데-

그건 해가 지고난 뒤 거리공원에 가면 체험을 할 수가 있습니다.

바로 밤거리 마사지 풍경 때문입니다.

 

도심 한 복판인 디비소리아에 있는 거리 공원은 해가 지면서부터 마사지인파로

인산인해를 이룹니다. 2백여 미터에 이르는 공원 곳곳에는 가장 많이 눈에 띄는게

바로 마사지사(가끔 남자도 있음)들입니다.

장비래야 플라스틱 의자와 목욕탕? 의자, 그리고 오일과 휴지 가루분 통이

전부지만 이곳은 밤 늦도록 붐빕니다.

 

길거리 마사지라고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닙니다.

모두가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마사지사들은 목에 신분증을 걸고 일을 합니다.

옷도 하얀 가운이나 티셔츠로 통일을 기해 한눈에 알아 볼 수 있게 했습니다.

 

언제나 호기심이 많은 나.

어제 아우와 밤 길을 걷다가 이들을 발견하고는 마사지를 받아 보기로 했습니다.

1인당 전신마사지 1백 페소(약 2500원)에 흥정을 끝내고 의자에 앉았습니다.

올해 마흔다섯살이라는 아주머니 마사지사가 내 담당이었습니다.

 

왼팔부터 시작해 등과 머리 그리고 오른팔과 다리로 이어지는 한 시간 가량의

마사지는 호텔서 받는 것 보다 더 시원했습니다. 다만 밤 거리 가로등 밑에서

윗도리를 벗고 허연 살가죽을 내 놓는 타임이 좀 쑥스럽기는 했지만-.

이색체험이라 생각하니 견딜만 했습니다.

 

호텔서 마사지를 받을 땐 6백페소에 1백페소가 팁으로 나갔는데-.

여기서는 1백 페소면 충분했습니다.

물론 열심히 해서 20페소 팁으로 얹어 줬지만 아까운줄 몰랐습니다.

특별한 오락거리도 없고(할 줄도 모르고) 호텔서 잘 들리지도 않는

티브만 보고 있는 것 보다 밤거리 마사지를 받을 수 있다는 게 참 재미있었습니다.

 

비가 오면 테이블용 우산을 가져와 펼쳐 놓는데- 의자에 고정된 기둥이

바람 따라 자주 움직여 그걸 붙잡고 있어야 하는 것은 손님 몫입니다^^

살아가면서 스스로 재미를 찾아야 하는 나라 필리핀-그래서 살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