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 아침입니다.
필리핀 부활절은 국민적 축제 기간입니다.
지난 한 주간이 그랬습니다.
십자가를 지고 고난의 행진을 하는 무리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습니다.
이런 외형적인 행사가 있을 때마다 우리 집 헬퍼를 보면
먼저 측은지심이 발동합니다.
-참 복도 없는 여편네지 싶어섭니다.
‘태시’라는 이름을 가진 우리 집 헬퍼는 올해 쉰넷입니다.
남편이 트라이시클 기사인데 일하는 날보다 술 먹는 날이 많다고 합니다.
자식은 딸 둘에 아들 둘-
그런데 ‘남편 복 없는 여자 자식 복도 없다’고 헬퍼 태시가 그 모양새입니다.
1년 반 전 일입니다.
큰 아들이 싸움판에 끼어들었다가 상대편이 휘 둔 칼에 찔려 숨지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병원으로 옮겼으나 과다출혈로 죽었습니다.
울 아들 녀석과 마눌이 병원을 찾아가 위로하고 장례비용까지 대줬지만
그녀의 가슴속 깊은 상처는 치유되지 않았습니다.
그 사건 이후 몇 달 안돼 이번에는 울 아들놈이 교통사고를 당했습니다.
그것도 대형사고로 말입니다.
갈비뼈가 17개나 나가고 폐가 파열되고 장이 터지는 사고였습니다.
모두가 살기 힘들 걸로 믿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기적적으로 살아났습니다. 온 몸에 수술자국 가득한 채 퇴원한 아들이
배를 들춰 보이며 웃자 ‘그래도 살았잖냐’며 눈시울을 붉히던 헬퍼가 생각납니다.
-그깟 상처와 흉터가 뭔 대수냐는 말에 아들놈은 용기를 얻고 삽니다.
오늘 부활절 아침에 갑자기 아들녀석과 죽은 헬퍼 아들이 생각났습니다.
칼에 찔린 헬퍼 아들이 기적적으로 살아났다면-
이 부활절이 얼마나 새로울까 하는 마음에서입니다.
다 죽었다 살아낸 내 아들로 인해 부활이란 단어를 새롭게 각인한 내 마음 처럼 말입니다.
오늘 아침 헬퍼 ‘태시’를 불러 스페셜 보너스를 줬습니다.
그녀에게 용기와 희망이라는 새로운 부활이 움트기를 바라면서 말입니다.
이번 부활절이 감회가 새로운 것은 그녀나 나나 마찮가지 일 듯 싶어 집니다.
님들도 새로운 부활을 경험하시는 귀한 날이 되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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