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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이야기

이 참에 마누라 한 번 바꿔봐???

by 고향사람 2011. 4. 19.

내가 사는 필리핀 마닐라 집에는 헬퍼가 세명이나 있습니다.

 

한명으로도 충분하지만 집이 어려워 일을 해 보고 싶다는 이와

먼 민다나오에서 취직하러 수도인 마닐라까지 와서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다는 이까지 데리고 있다 보니 세 명이 된 겁니다.

 

이 중 두 명의 헬퍼는 나름대로 함께 산 세월이 있어선지

한국 음식도 할 줄 알고 청소도 잘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들어 온지 몇 개월 안 돼는 스물한살짜리 헬퍼는 정말 있으나 마나 합니다.

 

근데 요즘 마누라와 아들놈이 볼일 차 한국에 나가 있는 터라

집에는 헬퍼 셋에 달랑 나 하나 남아 있게 됐습니다.

내가 먹는 것 보다 그네들이 먹는게 훨 많고 내 빨래보다 그들 빨래 돌리느라

세탁기도 죽는 소릴 냅니다.

 

혼자 잠자고 혼자 생활하는 내 방 역시 청소를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입니다.

이런 상황을 안 마눌이 헬퍼 한 명만 남겨 놓고 집으로 보내라고 하는데-

그 먼 민다나오(한국으로 치면 서울과 제주도 거리)까지 내려 보내기도 그렇고

해서 그냥 데리고 있었는데 마침 헤드 헬퍼가 집안 일로 한 달 간 쉬겠다면 집을 나갔습니다.

 

나야 아무 상관 없었지만 나머지 두 헬퍼 얼굴이 사색이 됐습니다.

자기들은 한국 음식을 만들지 못한다며 말입니다.

‘지금까지 옆에서 지켜본 대로만 하면 된다’

‘정 힘들면 라면만 끓여 먹어도 문제없다’고 안심 멘트를 날려도 쉰옥수수 씹은 표정들입니다.

 

하지만 이런 염려는 기우에 불과했습니다.

이튿날 아침에 끊여 내온 김치찌개는 물론 오늘도 오뎅국이 얼마나 얼큰하고 시원하던지-

먼저 헤드 헬퍼보다 한 수 위였습니다.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더니-

 

아내나 나, 그리고 다른 헬퍼들도 헤드헬퍼가 그만두면 어쩌나 하는

조바심으로 그녀 눈치보기에 바빴었는데-

이번에 자리를 비우고 나니 그 보다 더 나은 솜씨를 발견하게 된겁니다.

 

이 경험이 용기???가 됐는지 요즘은 엉뚱한 생각이 자꾸 듭니다.

지금까지는 함께 사는 마누라가 최곤줄 알았는데-

이 참에 한 번 바꿔봐 하는 생각 말입니다^^

 

마눌이 내 속을 알면 나와 똑 같은 말을 하겠지만 말입니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