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면 배신을 당할 때가 더러 있습니다.
요즘 내가 그 배신의 쓴 맛?을 단단히 맛보고 있습니다.
그것도 내가 가장 아끼는 놈한테 말입니다.
밥도 제일 비싼 것으로 사주고
방도 최고급으로 꾸며주고
목욕은 물론 비타민도 최고 좋은 것으로 사주고 그러는데-
며칠 전부터 안면몰수에 가까운 배신을 당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한 놈도 아니고 두 놈이 동시에 배신을 때리니
그 실망 또 한 두 배로 커졌습니다.
사연은 이랬습니다.
필리핀서 살면서 처음으로 강아지 한 쌍을 입양했습니다.
그것도 품종이 좋은 ‘비글’로 말입니다.
귀가 크고 얼굴이 예쁜 게 성질도 만만치 않아
영국에서는 여우사냥에 동원되는 사냥개라고 합니다.
세상에 나온 지 한달 된 놈들이라서
이유식에 비타민. 그리고 개 집까지 사다가 극진히 대접하자
내가 제 엄마인양 졸졸 따라 다녔습니다.
볼수록 귀엽고 영리한 게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
근데 말입니다.
토 일요일 이틀간 집을 비우고 그 시간 우리 집 헬퍼를 통해
강아지 밥을 주게 했는데-
그 사이 헬퍼를 주인으로 알아 버린겁니다.
내가 불러도 처다보는 둥 마는 둥하고 헬퍼만 따라 다니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이런 배신을- 정말 내다 버리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다시 이유식을 직접 먹이고 아는 체를 열심히 하자
마음이 조금 돌아 온 거 같은데-
아직도 헬퍼 목소리만 들리면 고개가 그쪽으로 돌아갑니다.
강아지를 내다 버려-
아님 헬퍼를 바꿔-
요즘 은근히 고민중이랍니다.
-야 야. 네 주인은 나란말야.
아직도 아무리 소리쳐도 소용이 없습니다. 정말 이걸 그냥
참느라 내가 죽을 맛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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