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지 않은 사다리 위에서 총채를 휘두르면 별들이
한 소쿠리씩 쏟아져 내릴 만큼한 하늘 가까이서 살다보니 낭만이 넘쳐납니다.
해만 넘어가면 사방 천지에 인공 불빛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 볼 수 없을 뿐더러
골바람이 넘쳐나고 주변이 무공해 지역이라선지 모기도 없습니다.
그래서 밤이 되면 별들이 내 머리 위까지 내려오는 탓에
한 발 되는 총채 정도만 휘둘러도 별들이 와르르 쏱아져 내릴 것만 같습니다,
꼭 어릴적 시골집 마당에 밀집멍석 깔아 놓고 쳐다보던 그 밤하늘입니다.
그런데 쌀밥에 고깃국도 매일 밥상에 올라오면 질린다고-
이젠 이마에 부딪칠 것 같은 밤 하늘의 별도-
귓불을 간질이는 골바람도-
풀벌레 소리와 새소리도 더 이상 낭만으로 여겨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고행을 한다는 생각이 더 듭니다.
전기도 전화도 수도도 없는 곳.
서 있는 자리서 한 바퀴 빙 돌아봐도 민가가 보이지 않는 산속.
여기에다가 비만 오면 길이 끊기고, 콜라 한 병 사먹기 위해서는
지프를 타고 시간 반 이상 나가야 하니 낭만 보다는 고행이 더 가깝습니다.
집에서 출퇴근하는 데만 왕복 8시간이 소요돼 궁여지책으로 1주일에 3-4일씩
일터에서 숙식을 하기로 했는데 벌서 낭만은 사라지고 고행이 시작됐다는 느낌입니다.
발전기로 저녁 2시간만 불 밝히고 나머지는 소동이 되니 밤이 얼마나 긴지 모릅니다.
한국의 동짓달보다도 훨씬 긴 밤-
그것도 말도 안 통하는 이들과 밤을 지새운다는 게 정말 고행입니다.
영어 좀 한다는 직원들은 다들 퇴근하고 토박이 필리피노들만 남아
즈그들 말만 해대는 탓에 서로가 동문서답만 하다가 잠이 듭니다.
마간다 바바이(이쁜 뇨자)라도 옆에 있다면야 밤이 더 길다 해도 마다하지 않겠지만
머스마들만 우글거리는 일꾼 숙소에서 쳐다보는 밤 하늘-. 아마 상상이 갈 겁니다.
-필리핀 오지에서의 긴 밤. 밤하늘을 날라 가던 선녀라도 뚝 떨어졌으면 하는데-
오늘부터 기도라도 해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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