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5개월 전, 필리피노들이 일하는 현장에 병아리 21마리를 사다 놓았습니다.
잘 키워서 꼴 나는 '달구새끼'가 되거든 알을 내 먹으라고 한 것입니다.
부족한 단백질을 보충해 주기위해 머리 좀 썼던 셈입니다.
닭장도 짓고 사료도 사다주고, 감독?까지 임명해 놓았습니다.
병아리 관리 잘못해 '빠따이'(죽으면) 시키면
월급을 깎겠다는 엄포도 빠뜨리지 않고 말입니다.
병아리 21마리 중 절반만 건져도 성공이라는 생각을 갖고 키웠는데
생각보다 잘 자라 중닭이 될 때까지 3분의 2가 넘도록 생존했습니다.
그런데 병이 돌았는지 며칠사이 서너마리가 '빠따이' 하고 꼭 절반이 남았습니다.
이거라도 잘 키워 계란 좀 보자는 심정으로 날마다 그 숫자를 확인하던 차,
지난 월요일에는 눈에 띄는 닭 숫자가 확 줄어 있었습니다.
급히 감독을 호출했습니다.
닭을 불러 숫자를 확인해 보라고 말입니다.
그랬더니 겨우 일곱 마리만 보이는 겁니다.
가드를 불러 문책을 하니 일요일 당직을 서던 놈?들이 닭 몇 마리를 잡아 먹었다는 겁니다.
-이런 써글넘들.
말인 즉, 병이 든 달구새끼가 죽을 것 같아 미리 잡아먹었다는 겁니다.
그래서 이렇게 대답해 주었습니다.
-느그들도 울 회사서 열심히 일 할 것 같지 않으니 미리 짤라야 겠다고 말입니다.
즈그덜에게 계란 반찬을 만들어 주기 위해서 키운 닭인데,
그 새를 못 참고 잡아먹은 넘들하고 뭔 일을 하겠나 싶어 본 보기로 3명을 해고한 겁니다.
'닭 잡아먹고 오리발 내밀다' 아니 '시침 떼다'가 그만 직장까지 잃은 셈입니다.
소탐대실(小貪大失)도 유분수지-
암튼 필리피노들과 살다보면 일벌백계(一罰百戒)와
정문일침(頂門一鍼)이 필요할 때가 참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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