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노이(필리피노)를 울리는 방법-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한국 데려가서 부자 만들어 주겠다며 감동 아닌 감동으로 울리는 고전적 방법에서부터 결혼빙자로 뭔 짓을 해 놓고 줄행랑 쳐 울리기도 합니다. 또 월급 외에 팁을 왕창줘서 감동의 눈물을 흘리게 하는 방법도 있고 일 잘 못한다고 꿀밤을 줘 울리기도 합니다. 나 역시 가끔씩 피노이를 잘 울립니다. -요즘에는 눈물 펑펑 쏟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내가 피노이를 울리는 방법은 좀 유치합니다. 쬐끔 친해진 피노이나 아님 운전기사 헬퍼를 상대로 눈물을 흘리게 하는데, 사실 삿된 감정은 없습니다. 좀 못되긴 했어도 말입니다. 내가 울리고 싶은 피노이가 있으면 우선 간식거리를 준비합니다. 라면이 최곱니다. 전에는 신라면으로 울렸는데 요즘은 이 보다 3배는 더 매운 빨계면이 나왔습니다. 체인점에서 그 라면 한 번 먹고 물을 얼마나 들이켰던지- 지금도 그 매운맛에 혀를 내 두를 정도인데 이게 상품화가 됐나 봅니다. 얼마 전 한국에 다녀 온 아우가 한 박스나 사 왔기 때문입니다. 이 라면에 매운 김칫국물까지 부어 끓여 놓으면 피노이는 거의 죽-습니다. 한국 사람도 혀를 내 두를 정도인데 오죽하겠습니까. 그런데도 ‘마샤랍’ 소리를 외쳐가며 먹는 피노이를 보면 참 재밌습니다. 눈물 콧물에 땀을 쏟아가면서 이 라면 한 보시기씩 먹고 나면 금세 친해집니다. 매운맛이 그런가 봅니다^^ 피노이를 울리기는 하지만 나중에는 더 친해지는 매운 라면 맛. 서로가 ‘돈 크라이 돈 크라이’하면서도 쏟아내는 눈물은 뭔지- 오늘도 매운 맛을 함께 할 수 있는 피노이가 있어 눈물 빼며 웃는 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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