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필리핀 이야기

한국서 전화가 왔어요 - 차 좀 빼 달래요

by 고향사람 2009. 11. 22.

참 좋은 세상입니다.

-아니 참 피곤한 세상입니다.


사업하는 아우와 같이 일하다보니 별별 전화를 다 받게됩니다.

대부분 일 때문인 전화지만 ‘진짜 일’ 때문에 받는 전화도 있습니다.

이 땐 정말 황당합니다.


내 전화는 잠시 죽이고 와서 다른 이가 전화를 해 봤자

‘멘트’만 나갑니다.

-고객사정으로 인하여 잠시 정지가 됐다는-


그런데 한국과 필리핀을 오가며 일하는 아우는 전화를 로밍해서 다닙니다.

그것도 수신자 부담으로 말입니다.

이 전화번호를 통화를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들리는 멘트가 있습니다.

 

이 전화는 국제전화로 수신자, 즉 받는 이가 요금을 낸다는 겁니다.

보통 사람들은 이 멘트가 들리면 대개 수화기를 내려 놓습니다.

하지만 ‘진짜 일’이 있는 사람은 끝까지 통화를 해댑니다.

-저기요. 아저씨 차 좀 빼줘요.


이 전화 받으면 욕이 나오려고 합니다(아니 가끔 욕을 해대야 합니다)

물론 전화번호를 제가하지 않고 외국에 나온 것은 실수라면 실수지만

분명 다른 번호도 함께 적어 놨는데 굳이 국제전화 멘트를 들으면서까지

전화질을 해 대기 때문입니다.


‘차 좀 빼주세요’

앞으로 이 전화 오면 이렇게 말하라고 일러 줬습니다.

‘예 바로 나가유. 근디 필리핀이라서 쬐끔 시간이 걸릴꺼구먼유’라고 말입니다.


좋은 세상에 살다보니 피곤할 때도 참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