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썩을 인간아! 내가 시방 코코넛 장사하게 생겼냐
이게 뭔 소리냐면요-
어저께 현장에 나갔다가 일꾼들이 부코(=야자. 코코넛)를 따 먹은 흔적이 보이 길래
넌지시 한 마디 했습니다.
-나도 부코를 무척 좋아한다고
그러자 평소에도 알랑방구 잘 뀌어대던 한 필리피노가 나서더니
부코를 따서 주겠다는 겁니다.
-그려 그럼 내일 현장 사무실로 두어개 갖다놔
분명 여기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오늘 아침에 이 녀석이 헐레벌떡 뛰어와서는 하는 말이
부코를 2백개나 따 놨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한 마디 덧붙이는데 그만 열이 확 났습니다.
그게 1천 페소어치라는 겁니다.
-야. 이 써글노마 시방 내 보고 부코장사 하란 말여 뭐여.
럭비공만한 부코 2백 개면 트럭으로 실어 낼 양입니다.
그만한 걸 따 놨다고 자랑하고 달려드니 참 기가 막힐 노릇이었습니다.
아니 맛봬기로 두 어개 먹겠다고 했더니 2백개를 따 놨다고-
내가 고혈압이 없기 다행이지 그렇지 않았음 이 더운 나라에서 벌써 뒤로 넘어갔습니다.
내가 정도에 넘게 열을 내자 금세 목소리를 죽이던 녀석이 이번에는
자꾸 동생 핑계를 대는 겁니다.
-보스가 1천 페소어치 주문을 했다고 말입니다.
‘저게 인제 거짓말까지 보태네’
하지만 확인할 도리가 없었습니다. 동생은 한국에 나간다며 공항에 가 있는 상태고
현장에서는 전화가 되질 않아 더 그랬습니다.
‘암튼 2백개고 2천개고 니나 다 쳐먹어라’ 하고는 현장을 빠져 나왔습니다.
대로까지 나와 전화 통화가 가능해지자 얼렁 동생한테 전화를 했습니다.
‘야. 현장 애들이 부코를 2백개나 따 놨다고 난린디 그거 워쩌냐’
내가 심각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그러자 아우는 암시렁 않다는 목소리로 대답을 해옵니다.
‘니- 그거 내가 주문혔어. 농장 주인이 팔기 힘들다고 해서 그냥 내가 다 사준건께 실컷먹어’
써글놈은 필리피노들이 아니라 바로 아우놈이었습니다.
‘야 자슥아 그럼 말을 해 줘야 할거아냐. 난 그저 두어 개 맛 좀 본다 혔는디
내 앞에 와서 2백개 따 놨다고 하니 내 가심꺼정 철렁했잖여’
낮에 놀란 가심 때문인지 벌써부터 부코는 쳐다보기도 싫어집니다.
써글노모 동생 때문에 말입니다^^
그나저나 부코 2백 개를 워쩐대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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