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친구와의 첫 키스 기억-. 잊지 않으셨습니까.
-뭐랄까 감흥도 느낄 수 없을 만큼의 순간이었지만 입술에는 여전히 살아? 있는 감각.
립스틱까지 묻혀와 끈끈한 맛이 더해져 오래도록 설렘을 간직케 했었는데-.
-‘란소네스’(lanzones)를 먹다가 되찾았지 뭡니까.
요즘 필리핀서, 특히 민다나오쪽에서 한 창인 과일은 란소네스입니다,
두리안도 제철이지만 그 투박한 모습을 보면 과일이라고 칭하기도 뭐하지만
가을 옷을 입혀 놓은 것 같은 연한 갈색을 띠고 있는 란소네스를 보면
여성스러운 맛을 느끼게합니다.
그런데 그것을 까먹다 보면 손은 물론이고 입술이 쩍쩍 붙을 만큼
끈적거리는 액체가 많이 묻어납니다. 위 아래 입술을 붙였다 떼었다 하다보면
영낙없이 첫 사랑 때의 키스 생각이 떠오르게 됩니다.
필리핀서 가장 유명한 란소네스는 민다나오 부속 섬인
까뮈긴 아일랜드에서 나오는 것을 최고로 칩니다.
지금 이 섬에 가면 란소네스 축제(paradise of fire)를 볼 수가 있습니다.
다른 곳의 란소네스보다 더 크고 달콤한 이곳 과일을 맛 본이들은
그 순간 홀딱 빠지게 됩니다. -첫 사랑 처럼 말입니다.
란소네스는 나무에 열리는 열매로 포도송이 처럼 생겼습니다.
잘 익은 이 과일은 갈색을 띠며 껍질을 까면 마늘쪽과 같이
여러개의 투명한 과육이 들어 있습니다. 이 안에는 씨도 있는데
그 씨를 씹을 경우 엄청 쓴 맛을 경험하게 됩니다.
단맛과 쓴맛을 동시에 보여주는 과일-
그래서 란소네스를 먹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인생의 단맛과 쓴맛을 동시에 느낄수도 있습니다.
8월부터 11월까지가 수확기인데, 지금이 최고 철이랍니다.
저요- 매일 한 되씩은 먹고 있습니다.
첫 사랑 맛이잖아요. 그래서 더 많이 먹게 됩니다^^
tip - 란소네스 열매는 꼭지 쪽을 살짝 눌러주면 반으로 갈라집니다. 이걸 모르고 그냥 까 먹다보면 껍질에서 나오는 끈끈한 액 때문에 손이 금세 시커먼해 집니다. 비누로 여러번 닦아도 잘 안 지워질 만큼 끈끈하고 먹는데도 시간이 많이 걸려 옆 사람만 좋게 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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