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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이야기

‘풍악?을 울려라. 여기 사람 죽었소’

by 고향사람 2008. 9. 30.



필리핀 문화-.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더러 있습니다.

많다는 이들도 있지만 그래도 대부분은 ‘오해’ 할 정도는 아닙니다.

그런데 장례행렬을 보노라면 다문 입이 벌어 질 정도입니다.


한 번은 마욘 화산이 있는 레가스피 쪽을 여행할 때였습니다.

11시간 이상 버스를 타고 가서 그곳서 트라이시클을 대절해

몇 군데를 돌아 다니는데, 한 해안가 좁은 길에서 장례행렬을 만났습니다.


맨 앞에는 5인조 밴드가 드럼을 치고 나팔을 불고 있었고

그 뒤에는 장의차가 따랐습니다.

이어 유가족과 조문객, 그리고 각종 오토바이와 트라이시클, 지프니

승용차까지 그 행렬이 족히 1킬로는 될 것 같았습니다.


길이 좁아 앞지를 수도 없고,

이날 졸지에 ‘이방인 조문객’이 되어 고인을 추모하는 행렬에 끼고 말았습니다.

큰 길까지 나오는데 거의 반시간이상이 소요됐고

여기서 겨우 추월해 목적지에 갈 수가 있었습니다.


장례식에서 곡(哭)은 들어 볼 수가 없고, 오히려 풍악 소리만 요란해

처음에는 어리둥절 했습니다.

우리가 대절한 트라이시클 기사에게 여러번 물어 확인해도

역시 장례행렬이 맞답니다.



곡 소리가 클 수록 고인에 대한 추모정성이 크다고 믿어

과거 상가에서는 곡하는 이를 사서 큰 목소리로 울게 했던 우리 문화와는

극명한 차이를 보여 이날 적잖은 혼돈을 겪었습니다.



가톨릭이 국교인 이 나라에서는 죽은 후에 다시 부활할 수 있음을 믿어

죽음에 대한 문화가 관대하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래도 그렇지 운구행렬 앞에서 풍악을 울려 대다니-

유교문화에 익숙한 한국인 눈에는 여전히 ‘좁힐 수 없는 간격’만 실감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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