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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이야기

열여섯살 신부에 스무살 신랑이라

by 고향사람 2008. 9. 3.

우리 집 헬퍼 ‘이다’가 느끼한 미소를 띠면서 몸을 배배꼬며 다가오면

물으나 마나 두 가지 중 하나입니다.

월급을 가불해 달라거나, 집안에 급한 일이 생겼다는 -.


그런데 오늘 아침에도 그 동작이 나왔습니다.

‘쟤! 쟤! 왜이래. 또 뭔 소릴 하려고’

마눌과 동시에 소릴 질렀는데, 이번에는 몸을 꼬는 액션이 심상찮아 보였습니다.

이건 분명이 메가톤급?이 쏟아질 때 표정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헬퍼 ‘이다’가 입을 엽니다.

다음 주에는 며칠 쉬어야 한답니다.

너무 간단한 말이라 우리가 다 의아해할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뒤따라 나온 말입니다.

둘째 딸이 결혼을 한다는 겁니다. 쉬는 게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기쁜 마음으로 일주일 쉬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지나가는 말로 ‘색씨가 몇 살이야’하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이다’가 다시 몸을 비비 꼬아대는 겁니다.

그게 뭐 대답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그러는지 이상했습니다.

재차 물어도 대답을 안하자 옆에 있던 다른 헬퍼가 소리 지릅니다.

‘식스틴-’


‘식스틴. 그럼 열여섯살이란 말야’

어이가 없어 마눌과 내가 얼굴을 쳐다보며 있자

헬퍼 ‘이다’는 그저 입만 가리며 쑥쓰런 표정을 짓습니다.

‘신랑은 몇 살인데’

내가 다시 묻자 그 땐 이다가 큰 소리로 대답합니다.

‘투웬티-’


그래도 다행이다 싶은 것은 첫 느낌이 꼭 늙은 신랑을 만날 것 같아서 였습니다.

‘축하한다’고 말은 했지만 그게 축하할 일인지 어쩐지 몰라 혼란스러웠습니다.

우리 나이로 따져도 17세. 그 나이에 시집을 가야하는 소녀가 행복한 건지

불행한 건지는 당사자와 그 가족이나 알 수 있으니까 말입니다.


사위 직업이 ‘가드’라고 말한 이다는 또 몸을 배배 꼬더니 이 말까지 해 줍니다.

‘지금도 같이 살고 있는데, 내년 초에는 아이가 생긴다고-’

한마디로 동거중이며 임신중이라는 이야긴데-.


이게 문화 차이라면 차이인데,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인생 손해 봤다는 생각이 듬은

또 어인일인지. 스믈여덟에 결혼하고 아직도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려면

멀어서 그런 것도 같습니다.

암튼 우리 헬퍼 딸은 참 좋겠다 일찌감치 인생을 알게 돼서-.

난 그 나이에 중학교 3학년이었는데.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