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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 편지

본분

by 고향사람 2006. 5. 31.

개를 좋아하는

한 아저씨를 압니다

 

어쩌다 간식 거리가 생기면

반쪽은 꼭 남겨서

개를 갖다 주는 그런 아저씨입니다

 

아저씨가 없는 날은

개 혼자서 집을 지켜줍니다

 

그런데

어느 날

길 건너편서 자신을 보고

뛰어 오던 개가

그만 자동차에 치어 죽고 말았습니다

 

이 후

더 이상 개를 키우지 않겠다는 아저씨는

주변 사람들이 예쁜 강아지를 선물하자

못이기는체 하시면서

받아 기르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습니다

어쩐 일인지 이 개는 짖지를 않는 것입니다

낯선 이가 와도 짖지를 않자

혼자사는 아저씨는 불안해 졌습니다

 

그 뒤

아저씨의 개 사랑은 많이 식어 버렸습니다

개는 짖어야 하는 동물인데

짖지 못하면 아무 쓸모가 없다는 게 아저씨 논리입니다

 

하물며

자신의 본분을 다하지 못하는

인간이야 오죽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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