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손바닥 편지

친구

by 고향사람 2006. 5. 28.

술도 가끔 마시고

담배는 매일 피우는

그런 친구가 있습니다

 

말끝마다 '씨팔' 소리가 나오고

어색해지면 '지랄하네'라며 얼버무리는

그 친구는 어릴 때 교회를 다녔습니다

 

지금은

전도회 때나 가끔씩 얼굴을 보이는

냉담신자가 돼 있지만

어쩌다 그 친구를 만나게 되면

서슴지 않고 만원짜리 지폐 한 장을 내 줍니다

 

교회에 가거 든

헌금좀 해 달라며 뒷 머리를 긁어 댑니다

 

이젠 죄가 많아서 교회가기가 겁이 난다는 그 친구

그러면서도 아무 명목으로나 헌금좀 내 달라며

내미는 지폐를 보면

나 자신이 더 초라해 지는 느낌이 듭니다

 

기실

무늬만 교인인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아마도

그 친구는 분명 천국에 가게 될 것입니다

그 마음이 곱기 때문입니다

'손바닥 편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본분  (0) 2006.05.31
파랑새  (0) 2006.05.29
꽃님  (0) 2006.05.27
여측이심  (0) 2006.05.25
제비집  (0) 2006.0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