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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여행이야기

잠보앙가 - 2회

by 고향사람 2018. 2. 21.

- 1회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피노이 운전기사는 내가 가까운 섬에 같이 가자고 했더니 고개를 설래설래 흔듭니다. 보스 혼자 다녀오라고 하면서 말입니다.

원래 의리도 없고 충성심은 더 없는 기사인줄은 알고 있지만

여러 해 같이 일하면서 붙어 버린 정 때문에 아직도 데리고 있는 기사라

잇쯔 업 투유-’ 니 꼴리는 대로 해라 하고는 내버려 둡니다.

이게 정신 건강에 좋기 때문입니다^^

 

다행이 숙소가 잠보앙가 시내 중심가, 그러니까 시청근처에 있었던 터라

시내투어가 용이했습니다.

물자리 잘 찾는 본능 때문에 뭐든 찾는 건 잘하는 편입니다.

이쁜 여자 찾는 일 빼고는 말입니다.

 

잠보앙가-

이곳이 위험하냐는 질문에 대답은 늘 두 가지입니다.

그렇다는 이들과 지금은 괜찮다는 답이 그것입니다.

이 속에는 네 일은 네가 알아서 하라는 은근한 책임론이 따르는 것 같습니다.

실제 와서 본 잠보앙가는 여느 필리핀 도시와 별반 다를 것이 없어 보였습니다.

 

주마가편(走馬加鞭) 격으로 보았기에 뭐라 결론지어 말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겉으로 보기엔 정말 평범한 도시였습니다.

반바지에 슬리퍼 질질 끌면서 다녀도 반나절이면 구석구석 다 볼 수 있으니까 말입니다.

 

내 경우 오전에 산타크로즈 아일랜드에 다녀와서 오후에는 박물관과 시내 쇼핑몰,

그리고 파소난카까지 둘러 봤습니다.

도중에 대형 시장을 지났고 이곳서 제일 큰 쇼핑센터인 KCC 앞까지 지났으니

공항만 빼고는 대충 다 둘러 본 셈입니다.

 



 


파소난카 가는 산길에서는 트라이시클이 힘을 못 써 뒤에서 밀어줬고

돌아 올 때는 트래픽이 심할 것 같아 오토바이를 타고 호텔로 왔습니다.

사실 파소난카에 갈 때는 시내 근처인줄 알았다가 산 길로 들어 서

한 참을 올라 가길래 이러다 납치 되는 거 아닌가 싶어 마음을 졸이기도 했습니다.

워낙 잠보앙가에 대한 두려움이 컷기 때문인 듯 싶습니다.

 

민다나오에서 4번째 큰 도시

 

민다나오는 제1 도시인 다바오와 두 번째 큰 까가얀데오로,

제너널산토스(젠산)을 손꼽는데는 이견이 없습니다.

이어 네 번째 도시로 잠보앙가를 치는데 실은 수리가오나 일리간

말라이발라이 발렌시아 등등 오십보백보인 도시들이 있는지라

꼭 뽑아 네 번째 도시라고 말하기에는 좀 그렇습니다.

 

하지만 잠보앙가는 말레시아와 가장 가까운 항구가 있고

꽃의 도시라는 별명도 말레이어 잠방간에서 유래됐을 만큼 이웃 나라와의 교역도

활발한 도시입니다. 이슬람교 역시 말레시아에서 많은 무슬림들이 건너와

정착하게 되면서 잠보앙가가 무슬림 도시로 고착화되는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잠보앙가에 무슬림이 많다보니 이곳에서 만난 무슬림 바바애(여성)

나에게 같이 사진 한 장 찍자고 부탁?까지 합니다.

위험한 도시로 알려져 외국인 출입이 적은 탓인지-

모처럼 본 외국인???인 나에게까지 사진을 찍짜며 다가선 겁니다.

덕분에 내 카메라에도 이 여자의 사진을 담을수있었습니다^^

사진 한 장 같이 찍으면서 그간 가졌던 무슬림들에 대한 선입견도

많이 부드러워 졌을뿐더러 위험하기만 할 줄 알았던 잠보앙가도

새삼 더 호기심을 갖게 했습니다.

 

잠보앙가에서의 첫 관광 목적지로 잡은 곳이 산타크로즈 섬입니다.

잠보앙가 항구에서 멀지 않은 섬인지라-

그리고 이 섬에는 핑키 해변(핑크비치)이 있다는 정보가 있어서

꼭 한 번 가보고 싶었습니다.

처음에는 잠보앙가에서 배를 타고 나가야 하는 곳이라 위험?

상위레벨일 것 같아 긴장도 했지만 먼저 위험한 곳을 경험하면

나머지는 쉬울 것 같다는 나름의 판단 때문이었습니다.


 



 



내 첫 방문지인 산타크로즈 섬-(이 섬에 대한 글은 별도로 정리해 놨습니다)

우선 이름이 멋지지 않습니까. 여기에 핑크색 해변이라니-

듣기만 해도 분위기가 됩니다.

산타와 핑크색이 언밸런스일 것 같지만 산타 복장이 늘 빨강 옷이고 보면

오히려 매치가 잘 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만

 

헌데 항구에서 방카보트를 타고 막상 산타크로즈 섬에 도착하니

핑크 비치보다는 일반 모래속에 붉은 색 모래가 포함돼 있는- 그런 비치였습니다.

여기에다가 섬 전체가 개방이 돼 있지 않고 해변 3백미터 정도만

일반인이 출입할 수 있었습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꼭 그 식이었습니다.

 

사실 이 정도의 해변은 필리핀에 숱하게 있기에 더 그랬습니다.

섬에 들어가기 위한 절차도 복잡하고-

또 섬 안에는 정복을 입은 경찰과 군인이 즐비하고-

이런 분위기 때문에 기대했던 것 보다 실망감은 배가 될 수도 있습니다.

 

산타크로즈 아일랜드에서 밥해 먹고 수영하고 한숨 낮잠까지 잘 거가 아니라면

방카보트 대기 시간도 너무 깁니다.

큰 맘 먹고 간 탓인지 내게는 설레임보다 지루함이 더 많았던 시간이었습니다.

물론 개인적 편향임을 말해 둡니다.


 

 


   

 

잠보앙가 시내에는 자잘한 볼거리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중 추천하고 싶은 곳이 산타크로즈 아일랜드로 가는 선착장 입구에 있는

오래된 성 모양의 건물입니다.

이곳은 1635년 모로족 및 외부 침입에 대비해 건립한 필라르 요새입니다.

 

바다와 인접해 성곽에 올라서면 산타크로즈 아일랜드도 한 눈에 들어오며

주변 선착장과 해변 도로가 그림같이 펼쳐집니다.

스페인 침략 시대때 지어진 건물인지라 고풍스럽기도 하거니와

필리핀에서는 보기 힘든 이국적 모습이라 꼭 한 번은 찾아 볼 만한 유적지입니다.

 

현재는 박물관으로 이용하고 있으나 전시물은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문이 꽁꽁 닫혀 있었고 수리중이라는 안내만 보였기 때문입니다.

반면 이곳에서는 매년 1012일 필라르 여성축제가 열린다고 하는데

이 때는 버진(처녀)을 숭배하는 의식도 포함돼 있다고 합니다.

정확한 내용은 다시한번 확인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 곳은 가장 큰 장점은 입장료 대신 이름과 싸인을 하면

무료로 들어갈 수 있다는 겁니다.

잠보앙가 시내에서 가장 사진 찍기 좋은 장소-

바로 이 박물관의 성곽이라는 게 내 결론입니다

 

잠보앙가 시청 건물은 그야말로 소박함 그 자체입니다.

한국의 지방도시 관청 건물이 어마어마 한 것과 비교됩니다.

이 도시는 시청을 중심으로 상업지구가 형성돼 있고 대학과 고등학교도 근처에 많이 있습니다.

웬만한 곳은 시청에서 걸어 다녀도 될 정도입니다.

 

낮에는 햇볓이 강하니까 이럴 땐 트라이시클이나 오토바이를 타면 됩니다.

트라이시클은 도시 웬만한 곳에 가더라도 100페소면 충분?합니다.

토바이는 트래픽이 심할 때 이용하면 좋은데 역시 100페소 정도면 무난히 이용 가능합니다.


다만 영업용 오토바이를 구분할 때 처음에는 헷갈릴수 있는데-

오토바이에 여분의 헬멧을 달고 다니는 오토바이가 바로 영업용이라고 생각하면 틀림이 없습니다^^

내 경우에는 헬멧이 너무 꽉 조여 호텔까지 오는 내내 불편해 고생했습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도시




몇 년 전 외교부는 "여권정책심의위원회 의결을 거쳐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의


잠보앙가와 술루 군도바실란타위타위 군도 등 주변 도서를

여행금지지역으로 지정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었습니다.

 

이에 따라 대한민국 국민은 이 지역 방문 및 체류가 원칙적으로 금지됐으며

당국의 허가를 받지 않고 이 지역을 무단으로 방문하면

여권법 26조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매길 수 있다고 했었습니다.

 

그 이유로 외교부는 "잠보앙가 등지에서는 이슬람 무장 테러단체가

우리 국민을 납치해 사망하게 한 것을 비롯해 무고한 민간인들에 대한 납치참수 등

극악무도한 행위를 빈번히 자행해 왔다""관할국 정부의 치안유지 기능도

크게 마비돼 있는 상황"이라고 여행금지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이 근거로 잠보앙가 소도시 수라바이에서는 한국인 홍모(74)씨가

아들의 집을 방문했다가 이슬람 반군 아부사야프에 납치돼

10개월간 아부사야프에 억류된 끝에 사망한 사실을 들고 있습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도시로 잠보앙가를 꼽는 이유입니다.

 

잠보앙가-

얼마나 아느냐고 묻는다면 대답이 궁해질수 있습니다.

하지만 생각만큼 두려운 도시도 아니고 또 상상 이상의 그런 도시도 아니라는 게

이번 여행을 통해서 얻은 결론입니다.

기회가 되면 한 번 다녀가도 좋은 도시- 내가 말하고 싶은 결론이기도 합니다.

  (반면 잠보앙가 일대는 외교부에서 여행 금지 구역으로 선정한 곳입니다. 특별한 일이 아니라면 다른 지역으로의 여행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