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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여행이야기

잠보앙가 -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도시 - 1회

by 고향사람 2018. 2. 14.


필리핀 잠보앙가-

이 도시에 발을 들여 놓기 전 까지만 해도 북한의 평양 만큼이나

멀게 느껴진 도시였습니다.

 

어쩜 한양 무서워 과천에서부터 긴다는 속담처럼

잠보앙가라는 단어 속에는 외국인 납치’ ‘위험’ ‘과격 무슬림 지역등이 녹아 있어

절대 가지 말아야 할 도시로 인식 돼 온 게 사실입니다.

이 때문에 근처 도시로의 출장 계획이 잡혀도 몸을 사려왔습니다.

잠보앙가가 무서워 알아서 기었던겁니다^^

 






하지만 원래의 잠보앙가는 꽃의 도시’ ‘꽃의 땅이란 별명을 갖고 있는

따뜻함 넘치는 도시였습니다.

꽃의 땅이란 말도 말레이어 잠방간에서 유래한 것으로

처음 이곳에 터전을 닦은 말레이 이주민들이 붙인 이름이라고 합니다.

 

이런 덕분에 잠보앙가는 라틴 아시아라고 불리었는데-

주민들이 쓰는 챠바카노라는 독특한 언어와 이국풍의 건물 때문입니다.

필리핀 원주민어와 스페인어가 섞여 만들어진 이 특이한 사투리?

뱀부 스페니시, 즉 대나무 스페인어라고도 불리기도 합니다.

그래서 일까요. 잠보앙가에는 유독 대나무 그림과 대나무를 이용한 춤이 많습니다.

 




처음 잠보앙가에 도착해 시부아노와 영어를 섞어가며 말을 걸자

옆에 있던 운전기사가 내게 충고?를 해 줍니다.

여기 말은 까가얀데오로쪽과 전혀 달라 알아듣지 못한다고 말입니다.

이들의 언어 챠바카노를 이해 못할 것을 알고 귀띔을 해 준겁니다.

 

같은 필리핀이면서도 언어 문화 종교의 이질감이 진하게 묻어 나는 도시 잠보앙가.

덕분에 이 도시에 며칠 머무르다 보면 다양성이 무엇인지

깊게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특히 꽃의 도시라는 과거의 아름다움 대신 언제부터인가 꽃 보다 총

먼저 떠오르는 어둡고 무서운 도시로 더 잘 알려져 아쉬움을 크게 합니다.





반면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복합적 요인이 이 도시를 더 신비롭게 합니다.

나 역시 이런 소문을 일찍이 들은 터라 은근 꼭 가보고픈 여행지로

내 버킷 리스트에 담아 놓은지 오래니 말입니다^^


그런데 정말 우연치 않게 그 기회가 왔습니다.

생각지 않게 잠보앙가 인근에서 관정(드릴링) 주문이 밀려와

예기치 않게 이 도시까지 오게 된 겁니다.






평소 같으면 여행 배낭 하나 달랑 메고 홀가분하게 다니는 게 내 특기?인데

이번엔 일 때문에 대형 드릴링 머신과 이 기계를 싣는 25톤 트럭에

컴프레이셔 2대와 운반 트럭, 붐 트럭,

그리고 우리가 이동하는데 쓰이는 포드 레인져까지-

여기에 기사들과 직원 매니져 한국 기술자까지 포함하니 팀 인원만 15명에 이릅니다.

 

이들과 함께 움직이고 또 이 민다나오에서는 절대 보기 힘든 특수 기계차량이

대량으로 이동하다 보니 언제나 눈길을 끄는 게 우리들입니다.

이러니 반군이나 과격 무슬림들이라고 눈 감고 귀 막고 있지 않는 이상

이들의 시야에도 우리의 이동과 작업 모습이 고스란히 노출이 돼 있을 겁니다.

그러니 더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 있는 게 사실입니다.





무식하거나 용감한 거-

이 두가지중 하나에 속하는 우리들이겠지만 암튼 배짱 좋게

파가디안에서 100미터 깊이 두 공을 파주고

27일 잠보앙가에 들어와 150미터짜리 한 공을 파고 있습니다.


이 기간 중 이왕이면 떡 본 김에 제사지낸다는 한국 속담에 맞게

쉬는 날 잠보앙가 여행을 다닌 겁니다. 그것도 호기 좋게 혼자서 말입니다.


-2회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