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서 함께 일하던 김사장은
자신이 키우는 고양이를 ‘길냥’이라고 불렀습니다.
길에서 주워다 키우는 고양이라서 그랬답니다.
처음 이 소리를 들었을 땐
필리핀 전역에 흔하게 떠도는 길냥이 중 한 마리거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주인 없는 개와 고양이-
필리핀에는 아주 흔한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야기를 듣다 보니 그게 필리핀 산이 아니고
한국서 가져 온 고양이였고 그것도 한 마리가 아닌 세 마리였습니다.
모두 예방접종에 서류까지 갖춰 비행기 태워 온-
여기에다 중성수술까지 해 비용도 만만치 않게 든 모양입니다.
사연도 각각이어서 어미 잃은 새끼에다 비오는 날 큰 길가에서 방황 놈
교통사고를 당해 다리를 저는 것 까지 데려와 키우다 보니 세 마리나 됐다는 겁니다.
특히 필리핀으로 직장을 옮기면서 이 놈들 모두를 데려 왔다니-
참 지극정성입니다.
이번엔 필리핀서 다른 섬으로 사무실을 옮기면서 배를 타야하는데
고양이를 데려가는게 제일 큰 짐이라고 해 그 마음 씀씀이가 존경스럽기까지 했습니다.
난 평생 고양이를 키워 본 적이 없어서 그 소중함을 잘 모르겠지만
이 이야기를 듣는 순간 하필 전전날 운전을 하다가
쏜살같이 내 차 앞으로 달려들던 고양이 한 마리를 피하지 못하고
치여 죽였던 생각이 나 죽은 고양이에 대한 미안함이 배가 됐습니다.
사랑-
그 사랑이 꼭 사람과의 사랑이 아닌 반려동물과의 사랑도
이 처럼이구나 하는 생각에 요즘은 길냥이나 주인없는 개와 마주칠 때
내 눈빛이 많이 포근해 짐을 느끼게 됩니다.
타향도 아닌 외국서 살아가는 나 역시
길냥이나 떠돌이 개와 뭐가 다를까 싶은 동질감에서 일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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