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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이야기

핸드폰은 샀는지-

by 고향사람 2016. 6. 28.

민다나오 발렌시아에 위치한 수미푸로 파인애플 농장에서 일할 때입니다.

농장과 담장 사이로 양계장에서 나온 계란을 분류하는 작업장이 있었는데

이곳서 일하는 이중 유일하게 핸드폰이 없는 부인이 있었습니다.

여덟살 사내 아이를 키우는 싱글맘이었습니다.


촌에서 혼자 아이를 키우며 살아가느라

전화기는 호사 처럼 느끼고 있었는지 모르지만

내 눈에는 그게 더 안돼 보였습니다.


현장 갈 때마다 주변에서 유달리 가난해 보이는 이에게 나름 도움을 준다는

내 계획이 있어 이 부인을 선택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쌀 한 포대를 사줄까

아님 전화기를 한 대 사줄까


결정을 못하고 있다가 이웃집 전화를 빌려 쓴다는 말에 그만 결정을 했습니다.

휴대폰을 사주기로 말입니다.

1천폐소면 시골 사람이 쓰기에 불편하지 않은 전화기를 살 수 있다기에

현장에 갔을 때 일하는 부인을 불러 슬쩍 1천 페소짜리 지폐를 쥐어 주며

전화기를 사라고 일렀습니다.


처음에는 사양하던 이 부인도 나중에는 땡큐 살라맛을 외치며 받았습니다.

아직도 알 수는 없습니다.

그 부인이 생활비로 그 돈을 썼는지 아님 정말로 전화기를 사서 잘 쓰고 있는지 말입니다.

돈이 궁했으면 생활비에 보탰을 테고 아님 전화기를 사서

몇 몇 친구들과 수다를 떨고 있을 지 말입니다.


아무렴 어떻습니까

나는 내 할 일 했을 뿐이니까 말입니다.

다음 현장에는 어떤 사람이 내 도움이 필요할까.

요즘 은근 기대되는 대목이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