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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쓴 이야기

흔적

by 고향사람 2013. 10. 22.

이른 아침 산책을 하기 위해

대문을 나서다 보니-

민달팽이 한 마리가 보였습니다.

 

옆 집 화단에서 빠져 나온 듯

바닥에 남긴 끈끈이 흔적이 우리 집 대문까지 이어졌습니다.

밤 새 기어온 거리가 3미터 정도.

 

 

그런데 애써 기어 온 곳이 새 삶의 터전이 아닌

죽음의 광야가 될 듯 싶어 안타까웠습니다.

잠시 뒤면 엄청나게 뜨거운 햇볕이 쏟아질 테고-

그렇지 않더라도 수시로 다니는 자동차 바퀴에 치일 것이 뻔했기 때문입니다.

 

살려고 나온 길이요

더 좋은 환경을 꿈꿨을 텐데-

결과는 민달팽이의 죽음 뿐인 꼴이 돼 버렸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갑자기 내 뒤안길이 궁금해 졌습니다.

내 온 길은 어떠했고 앞으로 가는 길은 어떨지-

 

전능자가 볼 때 내 행보 역시 죽음의 길이 아닌런지 모릅니다.

평생을 열심히 달려 왔다고 자부하지만

그게 다람쥐 쳇바퀴 돌듯 여전히 제자리인지-

그것도 아니면 죽음의 광야를 향한 발걸음인지-

도시 짐작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밤새 기어 나온 길이 죽음이 기다리는 콘크리트 도로일줄

달팽이가 어찌 알았겠습니까.

나 역시 더 열심히 살겠다고 필리핀까지 와서 발버둥치고 있지만

이게 달팽이 꼴이 아닌지-

 

흔적-

이왕 남기는 거라면

좋게

더 좋게 해야 할 텐데-

지금 여러분의 흔적은 어떤지요???

 

오늘도 좋은 흔적

희망찬 흔적을 남기도록 애쓰는 하루가 되기를 바랍니다^^

(글 사진 = 부싯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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