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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청개구리 이야기를 알까?

by 고향사람 2013. 9. 26.

 

피노이들이 사는 마을,

이중에서도 해안이나 강가를 지날 때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청개구리 이야기를 알까.

 

한국인이 다 아는 청개구리 이야기.

그 시놉시스(요약)는 이렇습니다.

 

무슨 일을 시키면 반대로 하며

말썽만 부리는 아들 청개구리 때문에 무던히 속을 썩던 엄니.

임종이 가까워지자 아들한테 한가지 당부를 합니다.

-내 죽거든 무덤을 냇가에 만들어 달라고 말입니다.

이 유언이 끝나기 무섭게 숨을 거둔 청개구리 엄니.

 

아들 청개구리도 양심은 있었던지 엄니의 유언을 실천해

냇가에 엄니 무덤을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비만 오면 엄니 무덤이 물살에 쓸려 갈듯 위태롭게 되자

아들 청개구리는 날이 궂을라 치면 습관 처럼 울기 시작합니다.

 

개골개골

-엄니 무덤이 떠내려 가면 안되는데

개골개골

-괜히 무덤을 냇가에 썼나

 

피노이들이 이 이야기를 알았다면 냇가 혹은 강가나

바닷가 가까이에 집을 짓지 않았을텐데 말입니다.

그러잖아도 엉성한 대나무집을 바닷가에 바짝 붙여 지은 것을 보면

언제 파도에 휩쓸릴지 조바심이 납니다.

 

강가나 냇가쪽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왕 집을 지을 거면 좀 더 위쪽 땅에 짓지 왜 저럴까 싶어 집니다.

1년 열두달중 절반이 우기이고

더군다나 한 해에 태풍만 20개 넘게 지나가는 필리핀인데-

왜 넓은 땅 다 놔두고 강가나 냇가, 심지어 바닷가 바짝 집을 지었을까-

이것이 이 나라에 와 살면서 가장 궁금했던 점 중 하나였습니다.

 

청개구리 이야기를 몰라서 저럴까 싶기도 했지만

나중에 알고보니 집 지을 땅이 없는 가난한 피노이들이 궁여지책으로

강가나 냇가 바닷가를 선택한 것이었습니다.

일반 지주나 정부의 간섭이 없는 땅을 고르다 보니

돈 있는 이들이 거들떠 보지 않는 이런 험한 곳에 집을 지은 겁니다.

그러니 이들이야 말로 말썽쟁이 청개구리의 심정을 제일 잘 아는 사람들입니다.

 

비가 내리는 날이면

청개구리는 엄니 무덤을 걱정해 개골개골 울고

가난한 피노이들은

자기 집이 떠 내려갈까 두려워 훌쩍훌쩍 우는-

 

큰 비가 내려도 걱정없이 사는 피노이들이 많아 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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