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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이야기

‘핸썸’하다는 말에 오버 좀 했지요^^

by 고향사람 2013. 5. 29.

-오래 살다보면 시어머니 죽는 날도 있더라고

긴 출장 생활을 하다보니 더러는 웃는 날도 생깁니다.

 

어젯밤에는 조깅을 하고 땀으로 흠뻑 젖은 옷차림 그대로

깐띤(가게)에 들러 콜라 한 병을 시켰습니다.

아침에 파는 반딧살(피노이 아침 식사대용 빵)이 맛난 빵집입니다.

 

이 빵집은 규모는 작지만 클라베에서 유일하게 24시간 영업을 하는 집입니다.

평소 빵을 좋아 하는 까닭에 이 집 단골이 돼 버린 탓도 있지만

가게서 일하는 종업원들이 친절하고 명랑해

일찌감치 얼굴을 트고 지내는 사이가 됐습니다.

덕분에 조깅을 끝내고 나면 이곳에 들러 음료수도 마시고 땀도 식히곤 합니다.

 

그런데 어제는 종원들에게 주스 한 잔 씩을 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

새로온 듯한 아가씨가 뜬금없이 한 마디 하는 겁니다.

-꾸야(아저씨?) 정말 핸썸해요.

이 말을 듣고 나서 주변을 훝어 봤습니다.

나 말고 다른 이가 있나 싶어섭니다.

 

분명 남자라고는 나 밖에 없으니- 이 소린 나한테 한 거가 맞습니다.

정말 오래 살다보면 시어머니 죽는 날도 있다던 며느리의 투정이 생각났습니다.

마누라한테도 생전 못 들어 본 소리를 필리핀 촌동네서 들으니

엔돌핀이 막 생기는 그런 기분이었습니다.

-그려 내가 몇 십년만 젊었어도 니한테 장가들겠다고 하겠다만.

 

그 소리를 듣고는 갑자기 기분이 좋아져서

남은 반딧살 빵을 다 사왔습니다.

100개가 넘는 걸 말입니다.

빵 두 보따리를 여관방에 밤새 놓아 뒀더니 냄새가 얼마나 구수한지-

하지만 이걸 어찌 해결해야 할지 몰라 머리를 굴리고 있는데

함께 지내는 매니저가 답을 내 놓습니다.

 

-광산서 일하는 직원들 갖다주면 되지유

덕분에 오늘은 인심 좀 쓰는 흉내를 냈습니다.

사이다 몇 병 사서 빵을 갖다주니 직원들 입이 헤- 벌어집니다.

내게 핸썸하다고 말한 빵집 여직원 덕분에 오늘은 직원들에게 이쁜짓 좀 했습니다.

-그 여직원 오늘 밤에도 핸썸하다는 소리를 할까.

아무튼 운동 후에 한 번 더 들러 볼 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