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필리핀 이야기

냉장고 보낸다더니-

by 고향사람 2013. 5. 16.

민다나오 제2 도시인 까가얀데오로와 현재 출장나와 있는

수리가오 인근의 클라베는 승용차로 8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입니다.

트럭은 10시간 불도저 등 중장비를 싣고 다니는 트레일러는

18시간이나 걸립니다.

그러니 한 번 움직이려면 큰 맘 먹어야 합니다.

 

특히 광산촌인 이곳은 동네가 작아 먹을 것을 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 흔한 필리핀 과일도 다바오에서 가져다 팔고

생필품은 수리가오에서 사다가 다시 파는 정도입니다.

휴대용 버너에 사용하는 부탄가스를 구하려면 시간반 정도 나가야 하는 곳이니

다른 말이 필요 없습니다.

 

이런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아우가

지난 13일 필리핀 선거일을 맞아 투표차 까가얀데로로 나간 직원들을 통해

한국 식품을 보내면서 작은 냉장고도 사 실려 보겠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아무리 덥고 먹거리 구하기가 쉽지 않은 곳이지만

혼자 살면서 무슨 냉장고까지-

했다가도 나중에 집에서 사용하면 되지 싶어 알아서 하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은근히 어떤 냉장고가 올까 기대하고 있었는데-

이튿날 저녁 때 도착한 작은 트럭에는 냉장고가 실려 있지 않았습니다.

대신 커다란 아이스박스가 배달이 됐습니다.

-냉장고는???

하고 묻자 다른 직원들은 금시초문이라는 표정입니다.

 

그래서 뭔 배달사고인가 싶어 얼른 전화를 했습니다.

-아우야 이게? 최신 냉장고니.

그러자 아우가 한참을 웃더니 자초지종을 말하는 겁니다.

 

그날 오후에 한국 식당 아주머니한테 김치랑 멸치조림 깍두기 열무김치

어묵조림 등을 부탁해 아이스박스에 채워 직원들 차에 실어 놓은 다음

시간이 늦어 아침에 사무실로 오면 냉장고를 사 실려 보내려고 했는데-

직원들이 그대로 출발을 해 버려 그렇게 됐다고 말입니다.

 

그러면서 돈을 보내 줄 테니 수리가오에 나가서 냉장고부터 사라고 성홥니다.

어렵게 부탁해 보낸 음식이 상하면 안된다고 하면서 말입니다.

여관주인한테 작은 냉장고가 오면 전기세 따로 계산해 주겠다고 까지 해놨는데-

암튼 아직은 방안에 개인 냉장고 놓고 살 팔자?는 안되는가 봅니다.

 

-그나저나 아우야 냉장고 보다는 밥해주고 옷 빨아줄 여자를 보내 주는게

더 좋을 것 같은디 말이다. 니는 그 생각은 안나더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