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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 필(phil - feel)

모르면 말을 허덜 말어???

by 고향사람 2013. 5. 28.

필리핀 촌 동네 깐띤(구멍가게)에 들렀다가

주인 아주머니??가 아이셋을 둔 싱글맘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인상도 곱고 피부색도 한국인과 흡사해

고향 동네 아낙같아 보여 말을 붙인 것이 그만 그 집 내력까지 알게 된겁니다.

 

깐띤이라야 내 주머니 돈 다 털면

그 안에 있는 물건을 사고도 남을 것 같은-

아주 작은 구멍가게였습니다.

여기서 나오는 수입으로 아이들 셋을 가르키면서 살림을 해야 하는-

 

그래서 물었습니다.

남편은 빠따이(사망) 했냐고 말입니다.

그랬더니 한 참 뜸을 들이더니 대답합니다.

지금 다른 여자와 산다고 말입니다.

-아이 셋을 낳고도 아가씨와 눈이 맞아 야반도주한거랍니다.

 

남편이라는 작자가 그래도 양심은 좀 남아 있는지

이이들 학비는 조금씩 보내준다고 합니다.

분명 새 장가 들면서 그곳서도 아이가 생겼을 텐데-

그 남편 두 가정 꾸려나가자니 등골이 휠것 같습니다.

-그것도 업보라면 업보지.

 

현실이 너무 안 좋게 보여 위로의 말로

이왕이면 깡촌보다 도시에 나가 가게를 열면 더 낫지 않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그 아주머니 내 얼굴을 빤히 쳐다 보더니

이 촌동네서도 가게를 빌려 장사하는데

도시에 나가려면 밑천이 얼만데- 하는 겁니다.

 

순간 내 생각이 얼마나 짧은지를 알게 됐습니다.

프랑스 혁명의 기폭제가 됐다던 ‘앙투아네트’의 발언이 생각났습니다.

백성들이 빵이 없어 굶주리고 있다고 하자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되지- 했다는

 

정말 구멍가게하나 꾸려나갈 돈이 없는 아낙에게

도시에 나가 장사하면 되지 않느냐고 무식하게 말한 나나

앙투아네트가 다를게 뭐가 있는지 말입니다.

 

-지대로 모르면 말을 허들말어

내가 내게 한 소리였습니다.

아낙, 아니 싱글맘에게 너무 미안한 생각이 들어 일부러 500페소짜리

콜라 한 병을 마셨습니다.

댓자 콜라 한 병에 40페소인데 500페소(한화 1만3500원 정도) 줬으니^^

 

-거스름 돈으로는 아이들 학용품이나 사 주라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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